적자 공공공사를 강요하고 있는 정부가 품질, 안전 등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건설회사의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공사비가 올라가는 까닭이다. 적자공사 대책 마련에 나서기는커녕 건설사 비용 부담을 더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개정에 나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은 원도급 업체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안전 강화를 위한 별도의 비용부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국가계약법 계약 예규에 반영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관리 프로세스’ 등 지속적으로 하도급업체에 대한 원도급업체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하도급업체 관리를 강화하려면 현장에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고, 이는 공사 원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공공사 발주 물량의 공사원가 바탕이 되는 ‘표준품셈’ ‘표준 시장단가’ ‘낙찰률’ 등에 대해서도 2개 소관부처가 경쟁하듯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건설업체들은 지적했다. 설계상 원가 산정 기준인 표준품셈과 표준 시장단가는 공공공사의 품질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가 매년 고시한다. 공공공사에 대한 국가 예산을 책정하는 기재부는 이렇게 산정한 설계원가를 근거로 국가계약법에 따라 일정 비율의 낙찰률을 정해 입찰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설계원가가 100억원이고 낙찰률이 80%라면 건설사들은 80억원에 입찰해야 한다.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표준품셈과 표준 시장단가가 해마다 떨어져 실제 원가 수준인데도 낙찰률은 변동되지 않았다”며 “소관 부처별로 입장이 달라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처 입장만 고려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공사원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모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