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의 핵심 교통망인 고양선(가칭)과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송파구 오금역~경기 하남시 덕풍역)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까지 걸리는 2~3년의 시간을 절약해 신도시 입주민의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전철 등 교통망 구축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는 위례 등 2기 신도시 입주민들이 형평성을 들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9일 “고양선과 3호선 연장 사업은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비를 100%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성, 재원 조달 방법 등을 따져 대규모 신규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정부가 3기 신도시의 핵심 교통 대책인 고양선(가칭)과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송파구 오금역~경기 하남시 덕풍역)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고양 창릉 신도시 예정지.  /한경DB
정부가 3기 신도시의 핵심 교통 대책인 고양선(가칭)과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송파구 오금역~경기 하남시 덕풍역)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고양 창릉 신도시 예정지. /한경DB
고양선은 국토부가 지난 7일 3기 신도시로 지정한 고양 창릉신도시(813만㎡)의 핵심 교통 대책이다. 6호선 새절역과 고양시청역을 연결하는 길이 14.5㎞ 경전철 노선이다. 3호선 연장은 작년 말 발표한 하남 교산신도시(649만㎡) 교통 개선 대책이다. 오금역부터 덕풍역까지 길이 10㎞ 노선에 세 개 역을 신설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비는 각각 1조5000억원, 1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선이 지나는 주변 지역도 교통망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선·3호선 하남 연장 교통망 확충 빨라지지만
입주민 교통 부담금은 큰 폭 오를 듯


고양선에는 향동지구역과 지구 내 역 3개, 화정지구역, 대곡역(3호선·경의중앙선·GTX-A·대곡소사선), 고양시청역 등 총 7개 역이 신설된다. 또 6호선 새절역을 통해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새절역에는 서울대~여의도~신촌~새절역을 잇는 서부선 연장도 계획돼 있다. 이들 노선이 모두 개통되면 창릉지구에서 여의도까지 35분이면 갈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인 서부선 개통을 기다리지 않고 고양선 신설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창릉지구 주변 향동지구, 화정지구, 원흥지구 등의 주민도 교통개선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3기 신도시 교통망 '예타' 건너뛴다
3호선 연장사업은 서울지하철 3호선 오금역에서부터 2021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5호선 연장구간의 덕풍역까지 잇는 것이다. 길이 10㎞ 노선에 3개 역을 신설한다. 이 중 2개 역은 교산에, 1개 역은 감일지구에 들어선다. 덕풍역은 하남시청에 있는 하남 구도심에 들어선다. 교산지구의 교통개선대책이 감일지구는 물론 구도심에도 호재가 된다. 3호선이 연장되면 하남에서 수서역까지 20분, 잠실역까지 30분 만에 갈 수 있다. 국토부는 이들 노선의 개통 시기를 교산신도시 주민의 입주 시점인 2026년 전후로 보고 있다.

교통망 확충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추진함에 따라 해당 지역 입주민이 내야 하는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은 교통 수요자가 재원을 부담하는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부과된다. 2기 신도시 입주민 1인당 낸 부담금은 평균 1200만원이었다. 사업시행자인 LH가 사업비를 떠안는 구조로 사업을 추진하면 이전보다 많은 부담금이 입주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말 3기 신도시와 광역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두 배가 넘는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교통 전문가는 “이론적으로는 LH가 개발 이익을 다시 해당 지역에 환원하는 개념이지만 LH로서도 비용 부담 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LH가 사업비를 감당하는 구조로 바뀌면 입주민 분양가에 반영되는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이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관계자는 “3기 신도시 교통망 확충 계획이 지하철과 도로, 간선급행버스(BRT) 등 종류가 다양하고 사업 규모도 작지 않은 만큼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이 확대될 수 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비 산출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늘어날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독] 3기 신도시 교통망 '예타' 건너뛴다
광역교통망 계획을 둘러싼 3기 신도시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3기 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남양주 왕숙(1134㎡)의 핵심 교통망은 인천 송도~남양주 마석 구간을 잇는 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다. 하지만 GTX-B노선은 10년째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9월 이전까지 예타를 완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결과는 불확실하다. 한 교통 전문가는 “그동안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GTX-B노선이 가까스로 예타를 통과한다고 해도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가장 진척이 빠른 GTX-A노선조차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GTX-B노선이 왕숙신도시 입주 시점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