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인근지역 가보니

"개발제한구역 묶여 낙후"
3기 창릉·대장동, 개발 기대감
중규모 택지 후보지로 선정된 경기 안산시 장상동 일대. 정부가 공급 과잉 상태인 이곳에 2만 가구 규모 택지를 조성하겠다고 하자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경DB

중규모 택지 후보지로 선정된 경기 안산시 장상동 일대. 정부가 공급 과잉 상태인 이곳에 2만 가구 규모 택지를 조성하겠다고 하자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경DB

8일 찾은 경기 고양시 창릉동과 부천시 대장동 일대 중개업소는 전화와 방문 문의로 종일 분주했다. 주로 자신의 땅이 3기 신도시에 포함됐는지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뤘다. 신도시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갈리는 까닭이다. 신도시에 포함되면 보상을 받는 데 그치지만 밖에 있으면 대규모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1·2기 신도시와 수도권 서부 옛도심지역 중개업소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을 비판했다. 주민들이 입지 여건이 더 뛰어난 3기 신도시 지역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부동산가격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도시 주변 주민 “한 풀었다”

창릉지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몰려오는 상담 문의에 바쁜 하루를 보냈다. 창릉동 H공인 관계자는 “신도시 발표가 나자마자 자신의 땅이 신도시 부지에 포함되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2009년 귀농한 김모씨(70)는 “근처에 군부대(30사단)가 있어 개발이 어려웠던 곳”이라며 “이제야 발전 궤도에 올랐다”고 환영했다. 다른 한 주민은 “창릉동 일대가 대부분 논과 밭이어서 토지보상금이 많지 않다”며 “보상금으로는 어디 다른 곳으로 갈 데도 없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인근 삼송 화정 향동지구 주민들은 신도시 지정을 크게 환영했다. 813만㎡ 면적에 3만8000가구가 공급되는 창릉지구와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김포공항 바로 옆에 있어 부천시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꼽히던 대장동 주민들의 얼굴도 상기됐다. 20년 넘게 거주한 김모씨는 “교통이 좋아지고 병원도 쉽게 갈 수 있다고 하니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용 예정지 밖 부동산 소유주들은 매물을 회수하는 분위기였다. 대장동 M공인 관계자는 “발표 직후 매물 여덟 개 가운데 네 개를 소유자가 회수했다”며 “어떻게 해서든 매수하려는 외부 전화는 수도 없이 왔다”고 말했다.

검단·운정 ‘미분양 무덤’ 우려

1기 신도시인 일산과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 파주 운정 등의 주민들은 일제히 정부를 비난했다. 일산 주민들은 서울과 1㎞ 떨어진 곳에 일산의 절반 규모 신도시가 들어서면 일산이 슬럼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마두동 H공인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완공 즈음에 일산신도시는 준공 40년을 넘긴다”며 “주민들이 입지 여건이 더 뛰어난 새 아파트로 대거 이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인 일산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지정은 일산신도시 사망선고와 다름없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며 김 장관 성토에 나섰다. 김 장관 블로그에도 “10년 동안 민주당을 뽑았더니 교통지옥에 ‘거지동네’가 됐다” “다음 총선 때는 절대 (민주당을) 찍지 않겠다”는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검단신도시 일대 중개업소들은 미분양을 우려했다. B공인 관계자는 “3년 전매 제한으로 분양경기가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인데 계양에 이어 대장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뉴스가 나왔다”며 “대규모 미분양과 집값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정신도시 주민 반응도 비슷했다. 이승철 운정신도시연합회 위원장은 “제대로 된 자족기능과 광역교통망이 없는 경기 북부 2기 신도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서울 접근성이 더 좋은 곳에 3기 신도시를 지정하면 2기 신도시는 미분양 무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 안산 주민들도 공급 과잉을 들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2018~2020년 안산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2만1000여 가구에 이르는데 정부가 다시 2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해서다. 안산 장상동 S공인 관계자는 “작년 청와대 청원까지 하며 겨우 택지 지정 철회를 이끌었는데 또다시 지정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인공호흡기마저 떼버린 꼴”이라고 했다.

고양·안산·인천=배정철/양길성/배태웅/구민기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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