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수익 노리고 수십채씩
'부도 아파트' 손댔다가 부도
충북 청주 청원구 율랑동 한울아파트. 네이버거리뷰 캡처

충북 청주 청원구 율랑동 한울아파트. 네이버거리뷰 캡처

충북 청주에서 월세 수익을 노리고 아파트를 수십가구씩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줄경매’를 당하고 있다. 대출을 일으켜 수십채씩 매수했지만 원하던 월세수익은커녕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주변 수급과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르르’ 월세투자 나섰다가 낭패

25일 청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충북 청주 청원구 율량동 ‘한울아파트’와 ‘신라아파트’ 130가구가 최근 1년 내 법원 경매시장에 나왔다. 이 중 87가구는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43가구는 이미 낙찰되거나 기각·취하됐다. 수차례 유찰된 나머지 아파트들이 다음달 줄줄이 입찰기일을 맞는다.

대부분 ‘떨이 경매’다. 감정가 1억2000만원이던 아파트의 최저 입찰가격이 23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 가운데 한울아파트만 70가구다. 전체 523가구인 이 아파트의 7분의 1가량이 한꺼번에 경매로 나온 셈이다.

두 아파트는 모두 임대아파트다. 이를 운영하던 건설사가 도산하자 투자자 A씨 등 9명이 집중적으로 매물을 사들였다. 월세 투자자들에겐 이 같은 부도 임대아파트 매물이 단골 먹잇감이다. 수십가구를 싼값에 사들이면서 월세 수익만으로도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들은 적게는 한두 가구부터 많게는 30가구까지 소유권을 사들였다. 대부분 2016년 말부터 2017년 7월 사이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몇 곳의 금융기관만 골라 대출을 일으켰다. 율량동 D공인 관계자는 “임대아파트여서 시세가 없다 보니 감정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와 그만큼 대출도 많이 받았다”며 “원하던 임대수익이 안 나오자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한 단위농협의 경우 지금까지 투자자 5명에 대해 94건의 경매를 진행했다. 다른 축협 또한 투자자 4명과 16건의 경매가 얽혀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모두 한두 사람이 끌어들인 투자자들”이라며 “수도권에서 청주 상황도 모르고 들어왔다가 경매로 내몰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젊은 여성 투자자는 ‘제발 임차인을 맞춰달라’고 통사정을 했다”고 전했다.

한울아파트와 신라아파트는 전용면적 26~43㎡ 소형 면적대로만 구성돼 있다. 감정가가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주택형이 많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3000만~7000만원, 월세는 보증금에 따라 10만~30만원 선으로 비교적 소액이다. 여러 채를 소유해야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통으로 매입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공급 과잉으로 ‘월세투자’에도 경고등

월세투자는 갭투자와 함께 전업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방식이다. 금융회사 대출을 최대한 이용하는 게 특징이다. 세입자 월세를 받아 대출 이자를 갚고, 남는 돈을 챙긴다. 5000만원짜리 소형 아파트를 대출 4000만원을 끼고 매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월세로 30만원을 받는다면 이 중 15만원으로 이자를 내고, 나머지 15만원을 수익으로 잡는다.

이런 식으로 수십채를 매입하면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다고 월세투자 강사들은 설명한다.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월세투자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대출규제가 강화되기 전에는 월세투자가 지방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다.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데다 중장기적으로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어서다.

◆입주 쇼크 간과한게 화근

패착은 청주 부동산시장 상황이 최악이란 점이다. 청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5년 10월 셋째주 이후 3년 반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이 기간 동안 주간단위로 상승한 것은 한 차례(0.01%·2017년 11월 첫째주)가 전부다. 전세가격은 지난해 5월 둘째주 이후 48주 연속 내리는 중이다. 새 아파트 공급은 꾸준하지만 수요는 좀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0월 이후 3년 6개월째 미분양관리지역 신세다. 경남 창원과 함께 전국 최장 기간이다.

[집코노미] 수백채 '갭투자자' 이어 이번엔 '월세투자자' 부도 사태

공동으로 투자한 이들의 ‘출구전략’도 쉽지 않았다. 두 아파트 모두 1990년대 중후반 준공 이후 분양전환승인을 받은 적 없는 임대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임대아파트는 임대사업자끼리만 소유권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일반 매수인에겐 팔 수 없다 보니 수요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원하는 매도 시점에 팔 수 없다는 의미다.

궁지에 몰린 투자자들이 경매에 몰리면서 애꿎은 세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선순위 세입자들은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지만 이미 최저 입찰가격이 보증금 아래 수준으로 내려갔다. 세입자 보증금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응찰할 투자자는 많지 않다. 3년 전 84% 선이던 청주 청원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 52%까지 내렸다. 감정가 1억원짜리 아파트를 5200만원이면 낙찰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지키려면 직접 경매에 참여해 자신의 집을 낙찰받아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낙찰 이후다. 마음대로 팔 수도 없다. 당장은 직접 거주하더라도 나중에 매도할 땐 반드시 임대사업자에게 넘겨야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세입자들을 도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안타깝게도 관계 법령 상 구제할 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