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전국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선 집값 반등 시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다수 전문가는 집값 하락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 유동성이 줄고 거시경제가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한편에선 강남권 중심으로 최고가 단지가 하나둘 나오자 서울 집값이 바닥을 확인했다는 진단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부동산 시장 낙관 어려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7일 발표한 ‘경제동향 4월호’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서울 집값이 1년 뒤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 106명 중 59.4%가 1년 뒤 서울 주택매매 가격이 현재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24.5%였다.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16.0%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조사에 비해 ‘하락한다’는 응답 비중이 늘었다. 지난 조사에서는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44.7%, 현재와 같을 것으로 보는 답은 31.1%였다. 이는 KDI가 지난달 15~20일 부동산 관련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집값 하락률은 크지 않다. 서울 부동산 가격 하락률이 2.5% 미만일 것이란 답이 38.7%로 가장 많았다. 2.5~5%일 것이란 응답은 13.2%, 5% 이상일 것이란 응답자는 7.5%였다. 비수도권의 1년 뒤 주택매매 가격은 응답자의 73%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일한 수준일 것이란 응답은 13.2%였고, 상승할 것이란 답은 3.8%에 불과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최근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전망의 무게추도 하락 쪽으로 더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집값 하락세가 2년 뒤까지 이어질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박용희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발표한 ‘부동산 실전투자’ 보고서에서 “서울 부동산시장은 공급 증가와 투자비용 부담으로 최소 2년 동안은 세입자 중심이 될 것”이라며 “2020년 5월 또는 2021년 3월까지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남 주요 아파트 속속 거래가격 회복세

서울 강남권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이달 들어 역대 최고 거래가를 기록하거나 지난 1~2월 저점 대비 1억~2억원 급등하는 단지가 줄을 잇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강남권 입주 10년차 전후 아파트들이 작년 최고가 수준에 거래됐다. 도곡동 도곡렉슬(전용면적 114㎡)은 이달 초 2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최고가(25억7000만원)와 같은 가격이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이달 초 15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8월의 역대 최고 거래가(16억원)와 비슷하다.

역대 최고 거래가를 기록한 단지도 나왔다. 서초동 더샵서초(전용 152㎡)는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1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4억원에 거래된 뒤 4개월 만이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낙폭이 가장 컸던 강남권 재건축단지도 1억~2억원씩 급반등했다. 대치동 은마(전용 84㎡)는 지난달 최고 18억원에 거래됐다. 전월(16억90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개 구가 보합 또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지난주 0.05% 오르면서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작년 여름처럼 과열 양상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작년 9·13 대책 이후 호가가 떨어졌을 뿐 거래가격이 떨어진 단지는 많지 않았다”며 “보합세 속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관망세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시경제가 나빠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평가된 지역으론 자금이 몰려 최고가를 찍겠지만 거시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서울 전반으로 상승세가 확산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