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교 남단에서 바라본 서울 한남동 한남뉴타운 일대.  /전형진 기자
한남대교 남단에서 바라본 서울 한남동 한남뉴타운 일대. /전형진 기자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 한남뉴타운3구역의 재개발 후 건폐율이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축물 바닥면적을 토지 면적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다는 건 건물을 다닥다닥 붙여 짓는다는 의미다. 사생활 보호, 녹지 확보 등의 측면에서 약점이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급 부촌으로 부상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빽빽이 짓는 한남3구역…강남급 부촌 멀어지나
일반 아파트 두 배 건폐율

18일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사업시행인가 고시문에 따르면 이 구역의 건폐율은 42.09%다. 40%대 건폐율은 아파트 단지치곤 높은 편에 든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는 대개 20% 안팎이다.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삼성동 ‘아이파크삼성’은 건폐율이 9%에 불과하다. 통상 다세대주택의 건폐율이 40% 내외다.

한남3구역 면적은 약 38만㎡(대지면적 약 28만㎡)로 한남뉴타운 안에서 가장 크다. 건물 수도 최대 규모다. 197개 동의 아파트와 테라스하우스를 지을 계획이다. 한광교회가 있는 구릉지를 중심으로 강변북로변과 이태원로변 등 지형을 따라 잘게 쪼갠 블록만 13곳이다.

블록별 건폐율은 34~51%로 편차가 크다. 보광로를 따라 들어서는 7-2블록이 51.66%로 가장 높다. 이곳은 최고 22층 아파트 16개 동, 152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언덕을 따라 5층 높이 테라스하우스가 들어서는 2-2블록 또한 동 간 간격이 좁은 편이다. 구릉지의 단차를 이용해 짓는 대신 앞뒤 동이 다닥다닥 붙게 설계됐다. 건폐율은 43.33% 수준이다.

강변북로를 끼고 있는 3블록의 건폐율이 34.03%로 그나마 한남3구역 가운데 가장 낮다. 하지만 서울의 다른 대단지 아파트와 비교하면 이 또한 높은 수준이다. 단일 단지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의 건폐율이 19%대다. 류진렬 피데스AMC 대표는 “준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과 저층 테라스하우스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아파트 대비 2.5~3배 정도 높은 건폐율”이라며 “건물 간 적정 이격거리가 나오지 않을 경우 입주민의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빽빽이 짓는 한남3구역…강남급 부촌 멀어지나
‘빌라촌급’ 밀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건폐율은 서울시의 높이 규제 때문이다. 한남뉴타운은 2003년 11월 2차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는 데만 6년이 걸렸다. 오세훈 전 시장에서 박원순 시장으로 시정 책임자가 바뀌면서 개발 밑그림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남3구역의 최고 층수 계획은 이때 29층에서 22층으로 내려갔다. 최고 높이는 해발 118m에서 90m로 낮아졌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가 남산의 7부능선을 가려선 안 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내려간 높이만큼의 집을 짓기 위해선 아파트 동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김윤숙 유명한공인 대표는 “조합원이 많은데 높은 건물이 들어설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촘촘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존치되는 도로가 많아 큰 틀에서의 정비계획이 불가능한 점도 건폐율을 높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른 구역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권 부촌 물 건너가나

한남동엔 ‘유엔빌리지’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고급 주택이 많다.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깨를 맞춰 간다는 게 당초 조합의 구상이었다. 고급 단지 가운데서 밀도가 높은 편에 드는 한남더힐의 건폐율은 29% 수준이다. 보광동 A공인 관계자는 “한남3구역이 언덕배기의 ‘닭장’ 같은 모습이 된다면 부촌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저층 건물 비중이 높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같은 건폐율의 일반 중고층 아파트와 비교하면 숨막히는 느낌은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공원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반포와 압구정 등 강남 부촌은 대부분 한강공원을 끼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한남3구역은 도로뿐이다. 강변동(棟)은 강변북로의 소음과 분진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계획상 소형 아파트 비중도 높다. 임대를 포함한 전체 5816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면적대가 3014가구로 절반을 넘는다. 전용 132㎡를 넘는 대형 면적대는 16%(948가구)가량이다. 한남동 B공인 관계자는 “인근 한남더힐이 최고 부촌이 된 건 중대형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부자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