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이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법률 문제를 쉽게 풀어보는 [부동산 법률방]을 시작합니다. '집'은 인간생활의 기본요소인 만큼 각종 문제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원룸 월세계약부터 아파트 매매계약, 경매, 세금·상속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이나 의문점을 전문가들과 함께 쉽게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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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 사이에는 사생활 침해를 둘러싸고 오해와 갈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집 관리라면 어떨까요? 임대인이라면 집을 좀더 깨끗하고 오래 사용하기를 원합니다. 부지런한 임대인이라면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합니다. 직접 공사에 나서거나 임차인에게 한소리를 하는 경우들이 대표적입니다. 반대의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임차인도 이러한 집관리에 대해서 무조건 동의를 할까요? A씨와 B씨 역시 적극적인 임대인 때문에 마음이 상한 경우입니다.

원룸에 살고 있는 A씨는 출근길에 집주인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주인은 빌라에 누수가 있다며 제 방을 점검차 방문하겠다고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마침 집에 친구가 있어서 비밀번호를 알려줄 필요가 없었고, 친구에게 문을 열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친구에게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점검해보더니 A씨의 집이 누수의 원인이 됐다며 바로 공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퇴근 길을 서두른 A씨는 집에 돌아와 깜짝 놀랐습니다. 집 안에는 공사로 인해 시멘트가 날려 있었고, 공사 냄새도 심했습니다. 비닐로 덮어놓기는 했지만, 원룸이다보니 옷이며 이불에까지 먼지들이 날려 있었습니다. A씨는 공사가 언제 끝나냐고 묻자 '내일까지 해야 하고 따뜻한 물은 모레부터 쓸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A씨는 양해도 안 구하고 짐을 치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한 점과 제대로 숙박이 불가능한 점을 들어 집주인에게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집주인은 "5만원을 줄 테니 오늘 하루 나가서 자고 내일은 오늘 이사나간 아랫집에서 씻으라"고 했습니다. A씨가 "인근 숙박 시세는 7만5000원이다"라고 답하니 집주인은 우선 A씨의 돈으로 일단 자고 내일 입금하겠다고 했습니다. A씨는 숙박비는 물론, 집 청소며 빨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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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집주인 '잔소리' 때문에 마음이 상한 상태입니다. 얼마전 집 수리 때문에 집주인이 집을 방문했습니다. 평소 밤낮없이 다니다보니 옷가지들이나 배달음식 등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습니다. 특히 집주인은 이사올 때 가져왔던 상자들이 베란다에 있는 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집을 더럽게 쓸 거면 나가달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B씨는 "그럴거면 계약 해지금이나 보상액을 달라"고 항의했습니다. 집주인은 순순히 물러서는 듯 싶었지만 매달 집을 깨끗히 사용하고 있는지 보러 오겠다고 합니다.

[부동산 법률방 답변]

부동산 법률방의 박진석 변호사입니다. A씨와 B씨 모두 집주인들의 배려없는 행동에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대화와 배려로 해결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법률적으로는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알아보겠습니다.

A씨의 경우, 집주인이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고 갑자기 누수공사를 진행해서 피해를 입었다고 보면 됩니다. 누수 문제는 건물 자체의 하자로 보입니다. 임대인이 보수해야할 책임이 있고 이점은 임대인이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입니다. 그러나 보수 공사로 인해 임차인이 직접적으로 얻은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박진석 법무법인 심평 변호사
박진석 법무법인 심평 변호사
문제는 그 배상 범위가 어디까지 포함되느냐입니다. 공사기간 동안의 숙박비(주변 지역의 동일한 주거수준)는 당연히 포함됩니다. 또한 공사 분진으로 이불과 옷이 손상됐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음에도 그러하지 못할 경우에는 세탁비 상당의 금액 또한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공사로 인해 직접적인 손해를 입었고, 그 손해액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그 부분도 임대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B씨의 경우는 임대인이 집을 깨끗하게 사용해달라는 당부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좋아보입니다. 주택을 손상시키거나 시설을 훼손하는 정도의 중대한 사유가 아닌 한, 임대인은 단순히 집을 더럽게 쓴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청소 상태를 보려고 임차인의 집을 매월 검사하러 온다는 건 부당한 일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표시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리=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답변= 박진석 법무법인 심평 변호사(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자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