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갭투자단'
전남 광양은 인구 15만 명 규모의 소도시지만 올 들어 집값 상승률로는 전국 최고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해 2.48% 상승했다. 전국구 투자자가 정부 규제를 피해 대거 광양으로 진입한 영향이다.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20~30% 중반대에서 올해 1월 61%(437건)로 급증했다.

이런 조직적인 움직임 뒤엔 스타 부동산 강사들이 있다고 피해자는 증언했다. 대부분 갭투자 무용담으로 책을 한두 권쯤 펴낸 사람이다. 출판을 통해 얻은 유명세로 강의를 하고 투자단을 꾸린다. 일부 강사는 수급을 근거로 국지적 시황을 전망하면서 아예 특정 단지까지 콕 찍어주기도 한다.

강사 뒤에는 10~20명가량의 이른바 ‘1진’이 있다. 강사를 신격화하면서 다른 수강생에게 바람을 넣는 역할을 한다. 투자할 때도 강사와 함께 가장 먼저 진입한다. 이들은 수강생에게 물건을 팔고 빠져나간다. 한 전업투자자는 “강사는 1진과 운명 공동체”라며 “수강생은 물건의 설거지를 담당하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설거지 부대’가 강사 추천대로 움직였다가 물리기도 한다. 2~3년 전 경남 지방에 우르르 진입했다 빠져나오지 못한 투자자가 많다. 그럼에도 강사를 고소·고발하기는 어렵다. 한 부동산강사 C씨는 “강사가 이름값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활동해야 자신의 물건을 남에게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을 통해 갭투자를 부추기면서 수익을 편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수원과 화성 지역에선 책과 방송 등을 통해 유명해진 컨설팅업자 P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임차인을 구하는 것은 물론 역전세가 나면 보증금 차액을 대납한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 한 피해자는 “20~30가구까지 불리면 직장을 그만두고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서 갭투자를 부추겼다”며 “그를 믿고 투자한 아파트에서 모조리 역전세가 났다”고 성토했다. 다른 피해자는 “물건을 정리하려는 고객이 생기면 어디선가 사람을 꼬드겨와서 해당 물건을 떠넘기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P씨는 중개법인과 리모델링업체를 함께 운영하면서 상담료와 중개수수료, 아파트 수선비까지 모두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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