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신도시가 속한 인천 서구에서는 지난 2월 미분양 아파트가 한달 새 2.5배 급증했다. 사진은 검단신도시 전경. /한경DB
검단신도시가 속한 인천 서구에서는 지난 2월 미분양 아파트가 한달 새 2.5배 급증했다. 사진은 검단신도시 전경. /한경DB
검단신도시 부동산시장이 미분양의 늪에 빠지고 있다. 검단신도시가 속한 인천 서구에서는 지난 2월 미분양 아파트가 한달 새 2.5배 급증했다. 대중교통 여건이 부족한 데다 입지여건이 더 뛰어난 곳에 3기 신도시가 조성되는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청약 줄줄이 미달
[집코노미] 검단신도시 '미분양 늪'에 빠지나…대량 미달 사태 줄이어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지난 2월 1799가구로 1월(1357가구)보다 32.6% 늘었다. 검단신도시가 포함된 인천 서구 미분양물량(739가구)이 인천시 전체 미분양 물량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서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1월(295가구)에 비해 150.5% 증가했다.

D건설이 공급한 아파트는 지난주 청약에서 신통치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2 순위 청약에서 모든 주택형이 미달됐다. 1439가구 모집에 87명만 청약했다. 수요가 높은 전용면적 75㎡도 185가구 모집에 30명만 청약했다. 84㎡도 707가구 모집에 51명이 접수하는데 그쳤다. 시공사가 빌트인 냉장고, 시스템 에어컨, 손빨래 하부장, 중문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예상보다 더욱 처참한 결과”라며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검단신도시 주택시장 전체가 침체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분양한 ‘인천검단신도시 한신더휴’는 889채 모집에 1014명이 신청했으나 일부 주택형이 미달됐다. 현재 추가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2월 청약 접수를 한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 또한 1순위는 물론 2순위에서도 미달 사태를 빚었다. 전용면적 84㎡B형과 105㎡형은 1·2순위 청약에서 모두 모집가구수를 채우지못했다. 검단신도시 첫 대형 건설사 단지로 화제를 모았지만 청약성적은 저조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하철 역세권을 제외한 단지가 예외없이 고전하고 있다”며 “초기부터 성적표가 이처럼 나쁜데, 7만4000가구를 웃도는 공급물량을 시장이 소화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검단신도시 부동산시장 상황이 악화된 것은 정부 규제와 수급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원래 검단 분양 아파트의 전매 제한 기간은 1년이었는데, 작년 12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이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서 투자수요가 크게 줄었다. 당하동의 K공인 관계자는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짧은 인근 송도신도시에서도 대규모 분양 물량이 나오면서 검단 청약 유인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검단에서 분양이 막 시작될 즈음 인근에 위치한 인천 계양이 3기 신도시 후보지로 확정됐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입주물량 증가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주택 수요자들의 외면을 불러왔다. 검단신도시에는 서울을 곧바로 오가는 지하철이 없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여러번 갈아타야 강남·여의도·광화문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를 갈 수 있다. 서울역과 강남을 향하는 광역버스가 있지만 출퇴근 시간엔 만차가 되기 일수다. 서울 종로, 강남 등 주요 도심으로 이동하는 데 1시간 반~2시간은 걸린다. 원당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 씨(39)는 “출근 시 도로가 막히면 서울역에 위치한 회사까지 가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많다”고 푸념했다.

◆“당분간 침체”…1만 가구 분양 어쩌나

전문가들은 검단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검단신도시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분양한 물량 중 일부가 미계약 되는 모습이 지속되면서 이후에 나올 단지들에 대한 기대 심리도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특히 입지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지구의 공급 물량이 2021년부터 나올 예정이라 '굳이 검단에 청약통장을 쓰지말고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철도 계양역까지 연결되는 인천 1호선 검단연장선 신설역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단기적으로 청약수요를 끌어오긴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완공(2024년 목표)까지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서다. 최근 분양이 이뤄진 단지인 인천검단신도시 한신더휴나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 등은 지하철 노선이 연장되기 전인 2021년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입주 후 상당 기간 교통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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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단지는 비상이다. 검단에선 올해 최대 1만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당장 이달 대광건영 ‘대광로제비앙’(740가구)이 분양을 진행한다. 다음달 금성백조주택이 ‘검단신도시 예미지트리플에듀’ 1249가구를, 동양건설산업은 ‘검단 파라곤1차’ 887가구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검단신도시 대방노블랜드2차’(1417가구), ‘검단신도시 모아미래도’(711가구) 등이 분양에 나선다.

이들 단지의 흥행 성패는 얼마나 저렴하게 분양가를 책정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완판에 실패한 아파트들은 분양가가 싸지 않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나 검단 대방노블랜드 1차 분양가는 3.3㎡당 1200만원대다. 인근 2년차 아파트인 ‘검단SK뷰’의 최근 실거래 가격을 3.3㎡당으로 환산했을 때 118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게 분양한 셈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신설역 부근의 입지 좋은 단지 외에는 청약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며 “검단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이 가격 책정을 두고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