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감정원 지침 지켰는데"…지자체, 시정 요구에 반발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시정을 요구하며 사실상 공시가격 상향 조정을 요구한 데 대해 서울의 주요 자치구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지자체 간 이견 차가 큰 만큼 공시가격의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2일 서울 주요 자치구들은 대부분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국토부의 산정 절차를 잘 따랐다”며 국토부의 감사 착수에 불만을 드러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표준주택은 전국 22만 가구인데 개별주택은 그보다 훨씬 많다 보니 개별주택 상승률이 평균적으로 더 낮게 나타난다”며 “이미 한국감정원의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현재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 시스템상 자치구가 인위적으로 공시가격을 조정할 권한은 없다”며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기준은 필요하겠지만 지역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 입장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항변했다. 용산구는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사이 공시가격 상승률의 격차가 7.65%포인트로 가장 크다.

전날 국토부는 “개별주택과 비교할 대상이 되는 표준주택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점이 발견될 경우 최종 공시 전까지 시정하라”며 지자체를 압박했다. 지자체들이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표준주택을 선정해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에 대해 점검을 시작하고, 산정 결과에 대한 한국감정원의 검증 내용과 절차가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감사에 착수했다.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지자체가 해당 주택과 비교할 표준주택을 선정하고 개별 주택 특성 등의 변수를 선택해 기계적으로 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 결과를 한국감정원이 제대로 산정했는지 검증하는 절차까지 마무리된 상태다. 지난달 15일 공개돼 소유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오는 30일 최종 공시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한국감정원의 검증이 실패한 것이며 국토부도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압박에 지자체가 공시가격을 더 끌어올릴 경우 주택 소유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서기열/최진석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