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5·은마 등 격앙

잠실5 '서울시는 거짓말을 했다'
9일 대형 현수막 걸고 항의 집회
지난 29일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재건축 계획안 심의 상정을 촉구하는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재건축 계획안 심의 상정을 촉구하는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잠실주공5단지, 은마아파트 등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서울시가 고의적으로 재건축 정비계획 심의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높이 규제, 기부채납 등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랐는데도 서울시가 집값 자극을 우려해 안건을 심의에 올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 단지의 주장이다. 잠실5단지와 은마아파트 등은 비슷한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다른 단지와도 연대해 이달 말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잠실5단지 은마 연이어 항의 집회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은 오는 9일께 ‘서울시는 거짓말을 했다’ 등 항의성 문구를 적은 대형 현수막을 단지 내 30개 각 동에 걸 예정이다. 폭 5m, 길이 30m 크기로 단지 외벽 절반가량을 덮을 계획이다. 조합은 같은 날 서울시청 앞에서 재건축 심의를 요구하는 항의 집회도 열 예정이다. 정복문 잠실5단지 조합장은 “이후에도 소규모 집회나 조합장 1인 시위 등을 이어갈 것”이라며 “조합 고문변호사와 시공사 법무팀 등에는 법리 다툼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의뢰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엔 은마아파트 소유자 200여 명이 서울시청 앞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아파트·상가 소유자들은 “집값 상승이 우리 탓이냐” “(무너질까) 무서워서 못 살겠다” 등의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정비계획안 심의를 요구했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서울시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엔 4월 초 또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단지는 다른 재건축 조합과 연대해 오는 29일 서울역 잔디광장에서 통합 항의 집회를 연다. 정비계획안 등 심의가 지지부진한 반포·압구정 일대 단지 등과 함께 한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잠실5단지 조합과 은마 추진위는 각각 서울시가 요구한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는데도 서울시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까봐 심의를 미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잠실5단지는 새 단지 설계인 국제현상공모안 확정 절차가 1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다. 2017년 서울시 제안에 따라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재건축 설계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현상공모 당선작을 선정해 작년 4월 초 조합에 결과를 통보했다. 조합은 작년 6월 이를 단지 설계안으로 의결했다. 당초 서울시는 공모 후속 과정을 수권소위원회에서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심의안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조합은 심의가 계속 미뤄질 경우 국제현상공모 당선안을 폐기할 예정이다. 잠실5단지 국제현상공모안 마련엔 설계계약금 33억원 등 모두 36억원가량이 들었다. 정 조합장은 “현상공모 심사위원회가 심사 결과를 단순히 보고만 하면 되는데 심의를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며 “수권소위를 열어준다는 조건을 믿고 현상공모 제안을 따랐는데 서울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추진위도 서울시 요구를 따랐지만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지는 49층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2017년 10월 서울시 방침에 따라 35층 재건축을 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같은 해 8월 서울시 도계위가 은마아파트 재건축안은 심의 자격이 없다며 이례적으로 ‘미심의’ 판정을 내린 것 등을 반영한 결과다. 이 단지 추진위는 도계위 소위원회 자문을 거쳐 작년 8월 새 정비계획안을 마련했다. 이 계획안도 반년 넘게 보류 중이다. 이 추진위원장은 “서울시가 요구한 35층 층수 제한, 기부채납 조건 등을 모두 수용했지만 돌아온 것은 부당한 사업 지연뿐”이라고 말했다.

“집값 자극 우려”

서울시는 “실무진이 재건축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 등은 아직 보완할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심의를 미루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압구정현대 여의도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의 재건축·재개발 절차도 중단되다시피 했다”며 “주요 단지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건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사업을 지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 서울시 의회 관계자도 “최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재건축 단지 심의 등을 놓고 ‘서울 부동산 시장이 이제 약간 진정세인데 이에 관한 전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선 서울시가 국토부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심의를 열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작년 초 국토부와 함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부동산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한 논의도 여기서 하기로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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