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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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법원 경매시장 열기가 조금 살아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짝 열기에 휩쓸리는 건 위험합니다. 더 숨 고르기를 한 뒤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습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사진)는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가 지속되고 있고 거시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부동산시장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경매인의 필독서로 불리는 《경매야 놀자》의 저자다. 2006년 출간 이래 40쇄를 찍은 스테디셀러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맡고 있는 강 대표는 《실전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동산경매》 《특수경매야 놀자》 등 10여 종의 경매 관련 책을 냈다.

강 대표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이 경매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매시장은 9·13 대책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된다”며 “법원 경매법정 열기가 식었을 뿐만 아니라 낙찰 경쟁률, 낙찰가율 등도 크게 떨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경쟁률이 워낙 치열해 감정가격 이상 써내지 않으면 낙찰받기 어려웠던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진 셈이다.

그렇다면 조정기로 접어든 요즘이야말로 경매시장에 뛰어들 적기일까. 강 대표는 “더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매 물건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해마다 감소한 경매 물건이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4년 1만5571건이던 전국의 경매 물건은 2015년 9만6395건, 2016년 8만7249건, 2017년 8만5764건 등으로 꾸준히 줄었으나 지난해 9만929건으로 4년 만에 증가했다. 경기 침체, 대출 규제 등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물건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 대표는 올 하반기로 갈수록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13 대책의 여파가 그때쯤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정부 규제의 충격은 5~7개월 이후부터 가시화된다”며 “입찰 물건이 더 늘어 수요가 분산되는 시점을 노려 경매시장에 진입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봄철에 흔히 나타나는 반짝 열기에 넘어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해마다 3~4월 경매시장은 낙찰가율이 높아지고 응찰자들이 증가하는 계절적 특성이 있는 만큼 시장 자체를 오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다가올 경매 투자 적기를 대비하는 요령에 대해 강 대표는 “9·13 대책 이후엔 낙찰가의 40%도 대출받기 힘들다”며 “경매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무엇보다 “시세보다 싸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경매시장의 본연의 가치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예컨대 낙찰가와 차점자의 가격 차이가 크다면 실패한 투자라고 단언했다. 낙찰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가격을 써냈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83학번) 출신인 강 대표는 외환위기를 맞아 다니던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1999년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경매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부 전문가만 정보를 독점하던 비대칭시장인 탓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경매시장에서 대중화와 투명화를 내세우며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갔다. 20여 년간 경매 외길을 걸어온 강 대표는 “경매도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법의 원칙만 들이대며 명도를 집행하는 방식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