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2021년까지 1만7000가구 이상 줄줄이

3개월 앞둔 '래미안명일솔베뉴' 한 달 새 1억원 뚝
9월 고덕그라시움·내년 아르테온 '4000가구 규모'
"서울로 가자"…하남·위례까지 입주 충격 불가피
올해로 입주 2년째를 맞는 서울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형진 기자

올해로 입주 2년째를 맞는 서울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형진 기자

서울 강동 전세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만 가구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아직 입주가 한참 남은 단지들의 집주인도 벌써부터 세입자 구하기에 나서면서 일대 전셋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동남권 대규모 입주가 위례신도시와 하남 등 서울 인접 도시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입주 폭풍전야’ 강동

"입주 폭탄, 헬리오보다 더 센 놈 온다"…긴장하는 강동구 전세시장

26일 명일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올여름 입주 예정인 ‘래미안명일역솔베뉴(삼익그린맨션1차)’ 전용면적 59㎡ 전세가격은 한 달 새 1억원가량 뚝 떨어졌다. 집들이를 3개월 앞두고 세입자를 찾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영향이다. 5억원 중반대이던 전세 호가는 대출을 끼지 않은 집도 4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A공인 관계자는 “전체 1900가구 중 전용 59㎡가 1100가구를 넘어 세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며 “입주 지정 기간이 한 달 반 정도로 짧은 탓에 전셋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주변 입주 대기 물량이 많은 것도 낙폭을 키웠다. 인근 고덕동에선 오는 9월 ‘고 덕그라시움’이 입주한다. 옛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부지 면적만 약 20만㎡로 서울 여의도공원과 맞먹는다. 4932가구나 되다 보니 집들이를 6개월이나 앞두고도 벌써부터 전세 물건이 나오고 있다. 인근 가람공인 정병기 대표는 “5억~5억5000만원이면 전용 84㎡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며 “아직 입주가 한참 남아 실제 계약이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신축 단지의 전세계약 갱신 시점까지 겹친 게 전셋값을 더욱 끌어내렸다. 3658가구에 이르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지난달로 입주 2년을 맞았다.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야 하는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전세 물건을 내놓으면서 가격도 내리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84㎡ 전세가격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6억원 중반~7억원대였다. 하지만 이달엔 5억~6억3000만원 사이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입주 폭탄, 헬리오보다 더 센 놈 온다"…긴장하는 강동구 전세시장

통계에서도 강동구 전셋값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강동 아파트 전세가격은 이번주 0.22% 하락해 20주 연속 떨어졌다. 올해 변동률은 -3.87%를 기록해 서울에서 강남구(-4.40%) 다음으로 많이 내렸다. ‘송파헬리오시티’ 입주 직격탄을 맞은 송파구(-2.12%)보다 낙폭이 크다.

내년에도 줄줄이 입주

고덕그라시움의 입주가 끝나면 연말엔 다시 대규모 집들이가 시작된다. 생활권이 같은 ‘고덕센트럴아이파크(고덕주공5단지·1745가구)’와 ‘롯데캐슬베네루체(고덕주공7단지·1859가구)’가 줄줄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중형 면적대 비율이 높아 일대 중형 전세가격을 급격히 끌어내릴 것으로 현지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 롯데캐슬베네루체는 전용 84㎡가 1340가구로 전체의 72%다.

내년과 후년에도 이어진다. 강동 일대 낡은 아파트들이 한꺼번에 재건축에 들어간 후유증이다. 내년엔 2월 ‘고덕아르테온(고덕주공3단지·4057가구)’을 시작으로 9월 ‘고덕센트럴푸르지오(783가구)’의 입주가 남아 있다. 2021년엔 ‘고덕자이(고덕주공6단지·1824가구)’가 공급된다. 고비는 둔촌주공 재건축이다. 석면 처리 방식으로 철거가 늦어지고 있는 둔촌주공은 재건축을 통해 1만2032가구로 지어질 예정이다. 단일 단지 역대 최대 규모다. B공인 관계자는 “늦어도 2022~2023년께엔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남 등 ‘유탄 주의보’

입주 폭탄으로 인한 충격이 경기 하남과 위례신도시 등 인접 도시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가격 하락기를 이용해 서울로 진입하려는 수요가 많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남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6㎡의 전셋값은 1년 전에 비해 1억원가량 내렸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5억원 초·중반 선에서 계약되던 주택형이다. 상일동 K공인 관계자는 “하남의 기존 전세보증금 정도만 주고도 강동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헬리오시티 입주도 송파구 전셋값보다 위례신도시 전셋값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며 “하남은 9호선 연장 지연 등으로 인해 임차 수요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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