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전국 시·도 중 단 한 곳에서도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전남이 유일하게 보합세로 버텼다. 사진은 전남 여수시 웅천지구 일대.  /한경DB
이번주 전국 시·도 중 단 한 곳에서도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전남이 유일하게 보합세로 버텼다. 사진은 전남 여수시 웅천지구 일대. /한경DB
이번주 전국 광역시·도별 아파트값이 단 한 곳도 예외 없이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나타냈다. 한국감정원이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은 수도권이 떨어질 때는 지방이 상승하고, 지방이 하락할 때는 수도권이 오르는 등 전국 집값이 자체 수급 여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며 “경기 위축, 9·13 대책, 공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국 부동산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 보합, 나머진 모두 하락

7년 만에…광역시·도 아파트값 모두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1일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18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8% 하락했다. 지난주(-0.09%)에 비해 하락폭이 소폭 줄었지만, 19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값도 19주 연속 내렸다. 지방 5대 광역시도 일제히 떨어졌다. 8개 도 중 7개 도는 하락했고, 전남만 보합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2012년 5월 둘째주 조사를 시작한 이래 전국 광역시·도별로 한 지역도 상승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근 상승세가 지속되던 전남마저 이번주 보합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그나마 전남 대전 광주가 선방 중이었다. 전남은 수도권 집값이 하락하던 지난해 9월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던 지역이다. 올 들어서도 2월 둘째주(11일 기준)를 빼고는 계속 상승했다. 올 들어 이번주까지 누적 변동률 0.31%로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대전(0.29%)과 광주(0.17%)도 누적 상승률이 플러스다. 그러나 나머지 지역은 모두 누적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전남의 아파트값 보합 전환은 여수시의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0.08% 하락했던 여수시는 이번주 0.19%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광양시와 순천시는 이번주 각각 0.24%와 0.11% 오르며 전남의 아파트값을 뒷받침했지만 보합 전환을 막지는 못했다.

5대 광역시도 올 들어 하락세로 속속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대전 대구 광주 등 세 곳이 올 들어 시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전은 전주에는 0.02% 상승했지만, 이번주엔 0.02% 하락세로 돌아섰다. 광주 아파트값도 이번주 0.01% 떨어져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들에 앞서 조정에 들어간 부산은 2017년 9월 18일 이후 78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국구 투자자 비상”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지방 광역시·도까지 상승을 멈추자 주택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은 수도권이 안 좋으면 지방에서, 지방이 안 좋으면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이젠 모든 지역에서 분양하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국 집값은 생활권역별 수급 여건에 따라 제각각 움직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울·수도권시장은 약세를 보였지만 부산 대구 울산 등 지방은 돌아가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2013년 하반기부터 수도권이 상승세를 보일 때는 지방 도시들이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신규 입주 물량이 적은 대전 대구 광주 등 일부 광역시는 서울과 보조를 맞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은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사업을 할 만한 지역이 있었다”며 “지금은 모든 지역이 안 좋은 신호를 보내고 있어 분양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동욱 쌍용건설 주택사업부 상무는 “지방 건설현장에서 올 하반기부터는 분양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지방은 집값이 하락할 때 서서히 빠지는 게 아니라 급락하는 것이 특징이라 시장에서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전업 갭 투자자들은 좌불안석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져서다. 파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시장이 침체되면 위험 분산을 위한 포트폴리오가 무의미해진다. 한 전문가는 “집을 수십 채 가진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집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