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항의로 이주하고도 철거 못해
조합원 등 "사업비용 늘어난다" 반발

1만2000여가구 최대 재건축
기존 주택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석면 처리를 둘러싼 인근 주민들의 항의로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한경DB

기존 주택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석면 처리를 둘러싼 인근 주민들의 항의로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한경DB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단지인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막판에 늦어지는 모양새다. 이주를 끝내고도 1년 넘게 철거에 들어가지 못했다. 유해물질인 석면 처리 방식에 관해 주민 간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은 부지 면적만 62만㎡가 넘는 대단지다. 이 단지 재건축조합은 기존 5930가구를 헐고 1만2032가구의 새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시공은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이 맡는다.

철거 작업 일단 중단

석면 논란 14개월…둔촌주공 재건축 '한숨'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달부터 단지 내 석면 매장량을 산출하기 위한 재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철거 공사는 사전 절차인 보양 작업 단계에서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을 통해 체내에 축적되면 10~50년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2007년 석면시멘트 제품 사용이 금지됐으나 이전까진 아파트 등 각종 건물을 짓는 데 널리 쓰였다.

조합은 이르면 이달 석면 해제·철거 작업에 새로 들어가 오는 6월 철거를 마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 분양신청 변경과 일반분양 등 남은 절차는 조합의 기존 계획보다 수개월씩 늦어질 전망이다. 애초 조합은 작년 11월 석면 제거와 철거 작업을 시작해 다음달 철거를 끝낼 계획이었다. 새 계획에 따르면 조합은 이르면 7월 철거를 완료해 8월께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일반분양 시점은 9월로 예정됐다.

석면 유사물질 처리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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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은 작년 1월 기존 주민 이주를 끝냈으나 1년 넘게 철거를 시작하지 못했다. 이 단지는 작년 11월 석면 철거 사전작업에 들어가려 했지만 기존 작업계획에 누락된 석면 구간이 나오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주민 자체 감시단이 4개 동의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위한 보양을 확인하던 중 2개 동에서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석면 장판을 발견했다. 이 단지는 1980년 중앙난방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후 여러 가구가 거실 등에 개별난방용 보일러를 설치하면서 석면 장판을 썼다. 석면 장판에 보일러 온수 파이프를 설치하고, 그 위에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모르타르를 붓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기존 작업이 중단된 것은 석면 구간 재조사와 더불어 모르타르 처리 방법을 놓고 조합과 주민감시단 등의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일대 학교 학부모 조합원 등으로 구성된 주민감시단은 모르타르가 석면 장판과 수십 년간 흡착돼 있었던 만큼 모르타르를 석면 유사 물질로 보고 별도 보양·방진 처리를 추가한 뒤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둔촌주공 맞은편에 있는 한산초 학부모 모임인 ‘한산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반경 500m 내외에 학교만 15곳이 있다”며 “모르타르를 그냥 철거하면 약 40년간 붙어 있던 석면 장판이 작은 충격에도 공기 중으로 흩어져 학생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양가 높아질 듯”

석면 구간이 늘고 모르타르 처리 등에 추가 보양 절차가 더해지면 단지 철거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합 안팎에선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조합원 일부는 주민감시단 등을 상대로 사업 지연을 항의하는 집단 행동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 주변 상가와 건설노동자 등도 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둔촌주공일용직건설노동자연합과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단지 영세상인연합회 회원 등은 강동구청 앞에서 둔촌주공 착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철거 작업과 착공이 늦어지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절차가 더 장기화되면 일부 비용이 일반분양가에 전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착공이 지연되거나 공기가 길어질수록 조합이 조달한 사업비에 대한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이주비 등 대출을 받은 조합원은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둔촌주공 조합은 이주비로 3조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에서 예정된 일반분양 물량은 역대 최다 규모인 5000여 가구에 달한다.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당 35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선 학부모비대위 등이 제기하는 각종 소송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쉽사리 철거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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