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100억 '부르는 게 값'

최고급 단지에 10여가구 희소성
경기 영향 무풍지대…가격 꿋꿋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경.  /한경DB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경. /한경DB

서울 용산구 한남동 최고급 아파트인 ‘한남더힐’이 올 들어 84억원에 팔리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시장 규제와 내수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됐지만 펜트하우스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해 서울에서도 펜트하우스 70억~100억원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고급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꼭대기 층에 들어서는 펜트하우스는 부의 상징이다. 70억~100억원대 펜트하우스에는 0.001% 최상류층이 산다. 희소가치가 높은 데다 경기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까닭에 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부르는 게 값인 까닭에 정해진 가격이 없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들만의 리그' 펜트하우스는 시세가 없다

70억~100억원대 거래 줄이어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남더힐 전용면적 244.75㎡(3층)는 지난 1월 84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거래 중 역대 최고가다. 2016년 12월 같은 주택형이 82억원에 팔린 게 기존 최고가 기록이었다.

옛 단국대 부지에 지어진 한남더힐은 서울 강북 최고가 아파트다. 이번에 손바뀜한 주택형은 이 단지에 12가구만 있는 펜트하우스다. 방 6개와 거실, 주방·식당, 테라스, 발코니 등으로 구성됐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74억원, 76억원, 82억원에 네댓 건이 손바뀜했다.

강남권에선 지난해 10월 삼성동 아이파크 펜트하우스가 경매에 나와 83억7508만원에 낙찰됐다. 아이파크삼성 이스트윙동 41층 복층형이다. 전용면적은 269㎡다. 앞서 같은 아파트 30층의 복층형 펜트하우스는 2017년 8월 러시아인 사업가에게 105억3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갤러리아포레 44층 펜트하우스(272㎡)가 2016년 66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현재는 75억원을 호가한다. 같은 동네의 트리마제 펜트하우스(216㎡) 호가는 85억원에 달한다.

희소성 높아 부르는 게 값

고가 펜트하우스는 불황을 모르는 게 특징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9·13 대책 이후 강남권 일부 아파트값은 최고 4억원 안팎 하락했지만 펜트하우스 가격은 흔들림이 없다. 펜트하우스 값 상승의 주요 요인은 가구 수가 적어서다. 한남더힐은 총 600가구 단지지만 펜트하우스는 12가구에 불과하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449가구 중 10가구가 복층형 펜트하우스다. 갤러리아포레 펜트하우스는 4가구에 그친다. 트리마제 펜트하우스도 4가구다. 이 밖에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1차엔 2가구, 아크로리버파크 2차엔 6가구의 펜트하우스가 있다.

펜트하우스는 매물이 잘 나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부르는 게 값’이다. 105억3000만원에 팔린 아이파크삼성 펜트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주택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한 사업가가 집주인에게 먼저 거액의 매매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집주인이 이 집을 산 가격은 36억2000만원이었다. 한남동 L공인 관계자는 “집을 사려는 문의가 꾸준해 웃돈만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초고가 펜트하우스엔 누가 살까

펜트하우스 소유자는 주로 성공한 사업가나 금융인, 기업 오너와 그 일가들, 유명 연예인 등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시행사 대표와 바이오벤처 창업가 등도 입주민의 한 축을 이룬다. 이순규 대한유화 회장과 정연욱 전 경남에너지 회장은 한남더힐 펜트하우스를 80억원이 넘는 가격에 구매했다. 이들은 각각 81억원과 82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옆집에는 가수 이승철 씨가 산다. 그는 부인과 공동 명의로 이 집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도 이 펜트하우스의 주인이다. 이들은 70억원 후반대에 주택을 샀다. 정현호 메디톡스 회장은 갤러리아포레 복층형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2016년 이 집을 66억원에 매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청담동 등 강남권에서 최고급 주택 공급이 주춤하면서 거액 자산가들이 강북 한강변 신축 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반 부동산 경기와는 상관없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펜트하우스 가격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