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연 5%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의 한 오피스텔. /한경DB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연 5%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의 한 오피스텔. /한경DB
서울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앞 오피스텔 단지. 150개 국내외 기업이 입주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투자자의 한숨은 여전히 깊다. 지난해만 해도 1억원 넘게 붙었던 웃돈이 4000만원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공실을 채우려고 임대료를 낮춘 탓에 임대수익률은 연 3% 중반에 머물고 있다. 마곡동 J공인 관계자는 “전용 20㎡대 소형 오피스텔은 전년 대비 20% 낮은 가격에 급매물로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에 이어 전국 오피스텔 시장에도 한파가 불고 있다. 임대수익률과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분양 시장에선 청약 접수가 단 1건에 그친 단지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초과 공급으로 수익률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대수익률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찬바람만 부는 오피스텔…'출구'가 안 보인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 4.98%를 기록했다. 이 회사가 200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연 5% 아래로 추락했다. 오피스텔 수요가 많은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2016년 연 5% 밑으로 떨어진 뒤 지난해 말 4.63%를 기록했다. 경기(4.99%)도 연 5%대를 지키지 못했다. 인천(5.89%)과 부산(5.14%) 광주(6.4%) 등 지방 대도시 수익률은 연 5~6%대를 기록했다.

마곡지구 문정지구 등 최근 오피스텔 공급이 많았던 서울 일부 지역에선 매매가가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마곡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마곡동 ‘마곡나루역 보타닉 푸르지오시티’ 전용 22㎡는 이번주 1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2억48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은 주택형이다. 웃돈의 절반을 반납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 2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이달 들어 2억원 미만에 급매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12월 2억1500만~2억4000만원에 거래된 문정동 ‘송파푸르지오시티’ 전용 30㎡는 올 들어 2억~2억3200만원에 거래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1% 떨어졌다. 지난해 12월(-0.01%) 하락 전환한 뒤 올 1월(-0.13%) 하락폭을 키웠다. 1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도 1만3850건으로 전년 동월(1만5574건) 대비 11% 줄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하락한 건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라며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공급 과잉 등으로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청약 접수 1건 단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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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분위기도 어둡다. 수도권에선 청약에서 미달되는 단지가 비일비재하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기 남양주시에서 분양한 ‘다산 안강럭스나인’은 450실 모집에 단 1명만 청약했다. 지난해 12월 김포시 구래동에서 나온 ‘김포 한강도시 세종헤르메스’도 450실 모집에 4건 청약에 그쳤다.

서울 오피스텔 분양시장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0월 역삼동에 나온 ‘강남 헤븐리치 더써밋 761’은 361실 모집에 72명이 청약했다. 1개 주택형을 제외하고 모두 미달됐다. 같은 달 공급된 ‘고덕역 대명벨리온’(503실)도 41명 청약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과잉 공급을 시장 침체의 주요인으로 꼽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8만8714실로, 2004년(9만567실) 후 가장 많다. 2009년(6691)과 비교하면 13배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입주 물량 대부분은 수도권에 있다. 서울 1만1493실, 경기 4만559실, 인천 1만486실 등 6만2538실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내년까지 초과 공급 우려가 크고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더 오르면 임대수익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