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황승호 아이엔씨컴퍼니 대표

'평범한 29세 직장인은 어떻게 3년 만에 아파트 10채의 주인이 됐을까'의 저자 황승호(사진·30) 씨는 책 제목 그대로 평범한 7년차 직장인이다.

고향인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4년 전인 26세에 처음으로 아파트 투자를 시작했다. 투자 인생 4년차에 접어든 지금은 본래 직업 외에도 아파트 10채의 주인이자 부동산투자법인 아이엔씨컴퍼니 대표, 네이버 블로그 '미래 투자연구소 C&V(CORE&VALUE)' 운영자를 맡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한국경제신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젊은 나이에 부동산투자 성공 비결을 물어봤다.

황 씨가 투자를 결심하게 된 것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한때 너무나도 간절했던 꿈의 직장에 들어왔는데 맞닥뜨린 현실은 차가웠다.

황 씨는 "죽어라 일을 해도 월급은 딱 먹고 살만큼만 주니 티끌모아 티끌이었다"며 "이래서 연애는 어떻게 하고 결혼은 어떻게 하나 싶어 돈을 벌 수있는 방법을 찾아다녔다"고 회상했다.
[투자 썰쩐] (11) 2500만원으로 아파트 10채 갖게 된 30세 샐러리맨
아파트를 생각한 건 유년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어린 시절 황 씨 가족은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작은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지냈다. 초등학생 때 같은 반 여자아이 집에 놀러갈 일이 있었는데 그 집이 바로 아파트였다. 깔끔한 조경에 탁구장까지 마련된 아파트를 본 그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투자를 고민하던 당시 직장 선배 중에 마침 아파트를 통해 돈을 번 사람이 있었다. 언젠가 아파트에 살고싶다고 희망했던 어린 나를 돌이켜보며 결심이 섰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그런 아파트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아파트 투자는 종잣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기 쉽다. 목돈이 없어 투자를 포기하는 이들도 대다수다. 그러나 황 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2500만원으로 첫 투자를 시작했다. 고작 스물여섯살이었다.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자주 오갔던 지역에 '저 아파트 정도면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던 단지가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한라아파트다. 때마침 그 단지에서 전용 60㎡ 매물이 급매로 나왔다. 시세가 2억3000만원 정도였는데 2억1500만원에 나온 매물이 있어 당장 매입했다.

2500만원에 1억7000만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2000만원은 월세 보증금으로 충당했다.
매달 58만원의 월세를 받으니 대출금 이자를 내고도 남았다. 2년 후 그집은 2억8500만원에 팔렸다. 차익은 7000만원. 투자금이 2500만원이었으니 수익률은 280%였다.

황 씨는 "첫 투자부터 성공했다"며 "흐름을 잘 모르던 때였지만 당시 부동산이 상승세였던터라 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썰쩐] (11) 2500만원으로 아파트 10채 갖게 된 30세 샐러리맨
첫 투자의 성공으로 흥미를 느낀 황 씨는 공부에 전념했다. 부동산투자 관련 강의도 듣고 책도 사서 읽고 블로그 카페 활동도 적극 참여하고 스터디 모임에도 나갔다. 매일 아침 부동산 뉴스를 챙겨보고 임장(부동산이 있는 현장에 직접 가보는 활동)도 다녔다.

황 씨는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었던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며 "강사와 저자가 몇년동안 겪은 노하우를 단기간에 핵심만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파트 역시 시장 재화 중 하나라고 생각해 수요와 공급도 면밀히 분석했다. 황 씨는 수요보다 중요한 것이 공급이라고 했다. 공급이 적정량에 비해 많은지, 적은지를 보면 투자에 실패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거다. 가장 눈여겨 보는 자료는 미분양 데이터다. 특히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상황을 보면 시장의 침체 여부를 한 눈에 볼 수있다.

시장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 매주 금요일 발표하는 KB부동산과 한국감정원의 부동산차트를 분석한다. 황 씨는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 강남인 만큼 강남과 함께 움직이는 지역에 주목했다"며 "주로 1기 신도시인 분당, 평촌 등이 같이 움직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평촌의 전용 84㎡ 아파트를 매입했다. 학군 수요가 움직이는 시기여서 전세 대기자가 있을 정도였다. 4억6500만원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틀 만에 4억4000만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투자금은 2500만원 정도였다. 지금도 보유 중인 이 아파트의 시세는 6억 정도다. 2500만원을 투자해 1억3500만원 수준의 기대 수익을 얻은 셈이다.

물론 실패도 있다. 손해 본 것은 아니지만 차액이 적었다. 투자금과 함께 들였던 노력까지 고려하면 실패라고 할 만한 경험이다. 전세만기 시점을 분산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보유하다가 1년6개월 만에 급하게 처분했다. 차익은 80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시장이 내 마음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다보니 전세만기 시점이 되면 매도하거나 연장해야하는데 시점이 안좋을 때 한꺼번에 몰려버리면 힘든 상황이 생긴다"고 했다.
[투자 썰쩐] (11) 2500만원으로 아파트 10채 갖게 된 30세 샐러리맨
올 들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분위기가이어지면서 지금은 투자 적기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만 황 씨의 생각은 달랐다. 이럴때일수록 학군이든 입지든 잇점이 있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바라보기 어렵던 아파트 중 지금은 지난해 8~9월 급등 이전 시세까지 내려간 곳도 있다는 거다.

황 씨는 "심리가 살아나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다시 고점을 회복할 수 있다"며 "우량주를 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가 추천하는 투자 기법은 분산투자다. 한 집에 9000만원을 투자해 수익률 100%를 달성하려면 그 집이 9000만원 올라야 한다. 그러나 3000만원씩 세 집에 투자하면 한 집당 3000만원씩만 뛰어도 100% 수익이 난다는 거다.

그는 "상식적으로 집값이 9000만원 오르는 것보다 3000만원 오르기가 더 쉽지 않나"라며 "지금도 지방에서는 수익률 100%를 달성할 수 있는 지역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황 씨는 '가난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와 같은 직장인이다. 직장만 가지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어느덧 꿈은 사라지고 부러움만 남은 사람들이다.

그는 "돈이 없기 때문에 투자를 더 해야 한다"며 "시작도 전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고, 충분히 공부한 후에 부딪혀보면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그가 그랬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사진·영상=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