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구역 내년 봄 '무더기 해제' 가능성
내년 봄 서울 재개발구역이 무더기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비사업이 일정 기간 진척되지 않으면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하는 ‘일몰제’를 적용받는 곳이 많아서다.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보 사이트인 클린업시스템을 전수조사한 결과 추진위원회 설립~조합 설립 단계를 넘었지만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초기 단계 재개발사업장(도시환경정비사업 포함)이 73곳에 달했다. 추진위 단계에 머문 사업장은 34곳이다. 이 가운데 30곳이 내년 봄 일괄적으로 일몰제를 적용받을 전망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일정 기간 사업 진척이 없는 정비구역을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승인된 추진위는 기한이 2020년 3월이다. 내년 3월까지 조합 설립 신청을 하지 못하면 구역에서 해제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한강변을 따라 50층 높이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인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사진)이다. 2011년 2월 4개 지구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지구와 3지구는 아직 조합을 설립하지 못했다. 내년 봄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면 일몰제 대상에 든다. 상전벽해를 거듭 중인 동대문구 청량리역세권의 전농8구역과 12구역 등도 올해가 재개발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이들 구역은 각각 2008년 7월과 2009년 6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조합설립 신청을 하지 못했다. 전농12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동대문구청에서 내년 봄까지 조합 단계에 가지 못하면 사업이 끝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 75%를 거의 다 채운 만큼 4월 말까지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구역에 따라서는 앞으로 1년 안에 추진위에서 조합 설립 단계까지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추진위원회 설립은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조합 설립은 토지 등 소유자 75% 이상 동의와 토지면적 절반 이상의 토지 소유자 동의가 필요하다. 사업장 면적이 크고 토지 등 소유자 숫자가 많다면 동의서를 다 걷지 못한 상태에서 시한을 넘길 수 있다.

2012년 2월 1일 이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2년 이내 추진위 설립을 신청하지 않거나, 추진위 승인 이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거나, 조합설립인가 이후 3년 이내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서울시가 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