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담 증가에 다주택자 명의 분산
4월 공시가격 인상 전에 증여 '러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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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증여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시가격을 대폭 올리고 있어서다. 각종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다주택자들이 명의를 분산하고 있는 것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증여가 4월 말까지 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개별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일은 4월30일이다. 그전에 증여하면 작년 기준의 공시가격을 적용받아 증여세를 아낄 수 있어서다.

◆ 증여가 매매 앞질러

문재인 정부 들어 증여거래가 활발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 들어 서울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1889건, 증여건수는 1511건이다. 매매건수와 증여건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1월 증여 거래 건수는 해당 월 기준으로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일부 자치구에선 증여건수가 매매건수를 넘어섰다. 송파구에선 지난달 83건이 매매될 때 318건이 증여됐다. 증여건수가 매매건수보다 3.8배 많았다. 영등포구에선 매매 57건, 증여 198건을 기록했다. 은평구에서도 매매건수(100건)보다 2.4배 많은 244건이 증여됐다. 구로구의 증여건수(117건)도 매매거래량(109건)보다 많았다.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각각 80건과 83건이 증여됐다. 매매거래 89건, 65건에 육박하거나 많았다. 마포구에서도 증여(69건)가 매매량(40건)보다 많았다. 용산구에선 증여 27건, 매매 21건을 나타냈다.

◆ 공시가격 급등이 원인

세금 인상에 공시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게 증여 급증의 원인이다. 정부는 세율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조정, 공시가격 상향조정 등을 통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올리고 있다.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보면 전국기준으로 9.43%, 서울 기준으로 13.87% 급등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전국 9.13%, 서울 17.75% 급등했다. 상반기 내에 발표되는 개별 공시지가,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공동주택공시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가 급등한 상황이라 자산가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고 있다”며 “오래 버티려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여야 하는 까닭에 서둘러 증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4월30일까지 증여 급증할 듯”

세무 전문가들은 오는 4월30일까지 증여 러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때까지 증여하면 증여세를 크게 아낄 수 있어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은 “4월 말까지 증여하면 작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증여를 할수 있다”며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자 자산가들이 증여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동주택(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아파트) 가격 공시일은 4월30일이다. 또 개별 단독주택가격 공시일도 4월30일이다. 개별 공시지가 공시일은 5월 말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증여세 세율이 4%로 높은 만큼 작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증여하면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다”며 “부동산별로 공시일 전에 증여하면 절세효과를 톡톡히 본다”고 설명했다.

세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배우자에겐 증여재산 공제를 활용하기 위한 일반 증여를, 자녀에겐 부담부 증여를 많이 하고 있다. 양도세까지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세금을 낮추기 위해서다. 부담부증여란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원종훈 팀장은 “다만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전문가인 세무사와 반드시 상당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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