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소유 관리사무소·노인정 등 공용시설부지

조합 "소유권 넘겨라"…착공 가능한지 논란
소송 패소하면 조합원 1인당 4억원 '부담금'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이 단지 내 LH 명의 땅 소유권 이전을 위한 소송에 들어갔다. 현대건설이 기존 2090가구를 5748가구 규모로 재건축(단지명 디에이치클래스트·조감도)한다.  /한경DB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이 단지 내 LH 명의 땅 소유권 이전을 위한 소송에 들어갔다. 현대건설이 기존 2090가구를 5748가구 규모로 재건축(단지명 디에이치클래스트·조감도)한다. /한경DB

서울 한강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 ‘잃어버린 땅’을 놓고 소유권 분쟁 소송이 벌어졌다. 단지 한복판에 있는 큰 땅인 데다 현재 가치가 약 9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재건축 사업의 대형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합 “LH 명의 땅 찾아오겠다” 소송

반포1단지, 9500억 '잃어버린 땅' 소송 시작…재건축 착공 늦어지나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은 이달 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토지 소유권을 내놓으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LH가 조합원들에게 등기를 넘기지 않고 계속 보유해온 단지 내 토지 2만687㎡가 대상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2090가구를 헐고 5748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 사업지다. 이 사업지 내 LH 땅엔 단지 관리사무소, 노인정, 테니스 코트 등 공용 시설이 들어서 있다. 아파트가 분양된 1973년 주민에게 넘겨주지 않아 지금까지 LH 명의로 남아 있다. 주민들도 당시에는 재건축 대지지분 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 등기 이전을 요구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재건축 논의가 나온 2000년 LH에 토지 반환을 요구해 2002년 토지를 입주자 공동재산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등록세가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 대부분의 입주민이 등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1단지, 9500억 '잃어버린 땅' 소송 시작…재건축 착공 늦어지나

조합이 이달부터 소송에 나선 것은 관리처분인가를 작년 12월에야 받아서다. 1·2·4주구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에 조합이 당사자 자격으로 LH와 소송할 수 있다”며 “관리처분인가 이전에는 최초 소유자와 순차 소유자 등을 따져 단지 소유자 전원이 소송에 참여해야만 하므로 사실상 소송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 조합원 일부는 관리처분인가 이전 소송을 성사시키기 위해 가구별 예전 소유주 등을 수소문하기도 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원 정모씨는 “조합원 몇몇이 소송 참여 사례금 격으로 이른바 ‘도장값’을 걸고 한동안 예전 집주인 등을 물색했다”며 “그간 여러 번 손바뀜이 일어난 터라 최초 소유주를 찾아 소송을 벌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9500억원 가치…착공 변수”

LH 명의로 남아 있는 땅의 추정 감정가격은 2017년 기준으로 7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치는 이보다 높을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 토지 표준지 공시지가는 평균 6.89%, 올해는 평균 13.87%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을 적용하면 올해 부지 감정가는 약 9500억원 수준으로 뛴다.

이 땅은 신축 아파트 착공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단지 조합은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주 후 내년 10월부터 착공하는 게 목표다. 반면 LH 땅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남의 땅인 상태라 공사를 시작할 경우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규정상으로는 땅 소유권을 준공 전까지만 확보하면 되지만, 소송 결과 등 변수가 커 착공 가능 여부를 지금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득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장은 “이미 40년 이상 토지를 점유하고 있어 LH의 토지 사용 허가 승인이 없어도 계획대로 착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 등으로 착공이 늦어지면 그만큼 금융비용이 늘어난다. 조합원 최모씨는 “소송 패소에 대비해 LH 땅에 공탁금을 걸고 착공에 나서는 방안도 있지만, 이 경우 발생하는 이자비용으로 조합원 부담금이 확 늘어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유권 확보 전 토지 사용 권한을 받아 공사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LH가 이를 승낙할지는 불투명하다. LH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 여부는 법적 소송 결과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며 “토지사용에 대한 동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 대해서도 자체 지침과 규정 등에 따라 소유권 소송과 별개로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송에 지면 더 큰 문제다. 돈을 주고 LH로부터 땅을 사와야 한다. 현재 가치 추산치(약 9500억원)를 조합원 수(약 2300명)로 나누면 1인당 4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소송에 이겨도 조합원 부담은 일부 늘어날 전망이다. 조합 사업 계획상 기존 토지에 대규모 땅을 새로 편입하는 모양새가 되는 까닭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지에 약 2만㎡ 토지가 추가되면 그만큼 기부채납(공공기여) 부담도 커진다”며 “이를 고려해 새로 설계안 등을 짜려면 사업이 기존 계획보다 지연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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