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더 이상 조물주 위에 있지 않다…부자들 건물·상가 투자 의향 대폭 감소
부자들이 향후 건물·상가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하나금융그룹에서 매년 연초 발간하는 '한국 부자들의 자산관리 방식 및 라이프스타일'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10억원 이상 보유한 자산가 922명을 상대로 설문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6.5%가 가장 투자하고자 하는 부동산으로 건물·상가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작년 건물·상가를 선택한 47.6%에 비하면 11.1%포인트 떨어진 수치고 재작년 57%에 비하면 20.5%포인트 떨어진 수치입니다. 매년 10%포인트씩 떨어지는 셈이니 부자들이 빠르게 건물·상가 투자 의향을 접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상가의 소득수익률이 하락하는 것과 관련있습니다. 보통 부자들이 상가에 투자하는 목적은 자본이득보다는 안정적인 소득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규모 자본이득을 위해 투자하는 주택과 토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죠. 그런데 30일 발표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임대료의 하락으로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의 소득수익률은 최근 몇년간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 4.71%였던 중대형 상가의 소득수익률은 계속 악화되며 2018년에는 4.27%를 기록했고 소규모 상가는 4.21%에서 3.79%로 하락했습니다.

향후 실물경기는 더 안좋아 질 것으로 보여 소득수익률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자들 중 24%가 경기가 빠르게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32%는 완만하게 침체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34%는 현 상태로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인상, 52시간 근로제로 인한 회식수요 감소 등은 자영업자 불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자영업 불황은 임대료 하락압박을 불러와 소득수익률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상가의 자본수익률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중대형상가와 소규모상가의 자본수익률은 2.56%, 2.49%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0.35%포인트, 0.2%포인트 개선된 수치입니다. 하지만 건물·상가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임대수익이 하락하면 같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소득수익률의 하락이 자본수익률의 하락을 유도하는 겁니다. 자본수익률이 상승하는 상황이 건물·상가의 투자매력도를 크게 높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내수경기 침체, 최저임금인상, 52시간 근로제 등 현재 자영업자들은 이중고를 넘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건물주들은 임대료 수익을 챙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제 소위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했던 시기만큼 건물·상가 투자가 매력적이지 않게 된 것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구민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