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부가 23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하자 건설업계가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서다.

23개 사업에 투입될 예산은 총 24조1000억원 정도다. 이 중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0조원을 차지한다. 강영길 대한건설협회 주택·인프라 국제협력실장은 “4대강 사업 이후 SOC 예산이 꾸준히 감소해왔다”며 “이번에 예타 면제 대상이 발표되면서 건설·인프라 분야의 사업 투자가 증가하게 돼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SOC 등 토건사업이 적어 주택사업에 치중했다”며 “이번 계기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발주 물량이 늘고 침체됐던 건설시장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유발효과가 큰 편이다. 건설업에 10억원을 투입하면 5.9명(2014년 기준)의 신규 고용이 창출된다. 한국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3.1명)의 2배 수준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건설부문과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문중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실장은 “시설물 일부 또는 전문 분야의 시공을 맡는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지방 시장은 기반산업 붕괴와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다.

토지 가격이 국지적으로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특히 토지 투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어서 유동자금이 토지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예타를 면제받은 개발 지역에 투기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땅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이 해당 지역을 주시하면서 적절한 규제 정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