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상가에는 권리금이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올 들어선 임대료마저 월 40만~50만원 정도 떨어졌습니다.”(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S공인 관계자)

핫플레이스도 쓰러진다
서울 골목상권의 ‘원조격’으로 통하는 용산구 경리단길도 수년째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전용면적 20~30㎡ 점포에 아기자기한 카페, 식당 등이 하나둘씩 들어서며 성업한 상권이다. 이 길의 이름을 따라 망리단길, 송리단길 등 신흥 골목상권도 연이어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3~4년 새 임대료가 대폭 오른 데다 인건비 부담은 치솟고,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자 상인들이 거리를 떠나고 있다.

경리단길 초입 ‘츄러스골목’에 있는 전용면적 19.8㎡ 상가점포 1층은 4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점포 소유주는 190만원이던 월 임대료를 최근 13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용산구 이태원동 J공인 관계자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으로 초기 상인들은 거의 다 빠져나갔다”며 “과거의 아기자기함, 소박함이 사라지고 경기마저 꺾이자 경리단길을 찾는 인파도 덩달아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육점이 입점한 경리단길 인근 한 상가 점포(전용 26㎡)도 지난해 11월 임대료보다 40만원가량 낮은 280만원에 최근 임대 계약을 다시 맺었다. 2015년에는 월 임대료가 최고 320만원에 달했던 점포다. 경리단길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3~4년 전만 해도 고기를 납품하던 거래처가 20곳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3개로 줄었다”며 “그때는 임대료가 비싸도 매출이 상당해 어느 정도 버텼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상가 권리금을 포기하는 임차인도 속출하고 있다. 경리단길 초입에서 와인바(전용 26㎡)를 운영해온 A씨는 2년 전 임대 계약 당시 권리금 8000만원을 냈다. 하지만 영업이 잘되지 않아 보증금 4000만원을 임대료로 모두 사용하고 권리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폐업했다.

신흥 골목상권으로 주목받던 종로구 삼청동과 마포구 상수역 일대의 임대료와 권리금도 대폭 떨어졌다. 6년 전 권리금 1억8000만원을 내고 입주해 1~2층(연면적 240㎡)을 함께 사용하던 상수동 M식당은 폐업을 앞두고 있다. M식당 점주는 “장사가 잘될 때는 월매출이 1억5000만원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반절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며 “인건비 부담까지 커져 최근 직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민경진/이주현/구민기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