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동남권에서만 2만5000여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성남시 등 경기 남부권의 전셋값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9500여 가구가 입주 중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한경DB
올해 서울 동남권에서만 2만5000여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성남시 등 경기 남부권의 전셋값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9500여 가구가 입주 중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한경DB
1만 가구에 가까운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이달 입주를 시작하자 송파구를 넘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하남시까지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하남과 분당의 전셋값이 송파보다 더 많이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전셋값 하락기를 이용해 서울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많아서다. 올 한 해 서울 동남권에만 2만5000여 가구 이상이 집들이를 할 예정이어서 전셋값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성남·하남 전셋값 급락

헬리오發 입주쇼크…성남·하남 전셋값 '뚝'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1층)가 지난 7일 4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같은 주택형이 6억~7억원대에 전세로 거래됐다. 지난해 6월에는 최고가인 7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입주가 본격화하자 전셋값이 3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감정원 기준 1월 첫째주(7일 기준) 송파구 전셋값이 지난주 대비 0.25% 하락했다. 지난달에도 0.95% 떨어진 바 있다. 강동구도 지난달 1.4% 급락한 데 이어 이번주 0.30% 내렸다.

전세가격 하락은 인근 경기 하남과 성남 수정구까지 번졌다. 하남 전셋값은 이번주 0.90% 떨어졌다. 지난달엔 3.42% 급락했다. 한국감정원은 “강동구 등 인접한 서울과 경기지역의 대규모 신규 입주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주 전세가격이 0.53% 떨어진 성남 수정구는 매매가격도 0.33% 내려갔다.

올해 동남권 2만 가구 이상 입주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서울 동남권에서 입주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서울 송파·강동 일대에 헬리오시티를 제외하고도 1만196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어서다. 오는 6월에는 강동구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가구)가 입주한다. 9월에는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이, 10월에는 풍납동 올림픽 아이파크(697가구)가 새 주인을 맞는다. 12월에는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1859가구)와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1745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헬리오시티 입주 여파는 3개월이면 마무리될 테지만 그 후에도 연말까지 대단지 입주가 이어진다”며 “올 한 해 내내 동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에서도 래미안블레스티지(1975가구),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 등 3277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인근 하남 미사지구에선 올해 362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저렴한 전세를 찾는 신혼부부나 이사를 고민하는 전세 실수요자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 올해 전셋값·집값 동반 하락

감정원은 올해 전국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감정원은 10일 ‘2019년 전망’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주택전세가격은 2.4%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감정원이 주택 매매가격 하락을 예상한 것은 2014년 연간 부동산시장 전망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전망치는 국내외 경제 동향과 물가상승률, 금리 등을 고려한 감정원 자체 가격결정모형을 활용해 추산했다.

매매가격은 개발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오를 수 있겠지만 입주 물량 증가, 정부 규제, 지역산업 위축 등으로 전국적으로는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급등세를 보인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정부의 규제 지속과 입주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 가격은 입주 물량 증가로 공급이 대거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수요가 많은 지역은 매매시장 관망세에 따른 반사효과로 수요가 일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채미옥 KAB부동산연구원 원장은 “일부 지역에선 역전세가 나타날 수 있으니 임차인은 전세금을 보호해주는 전세보증보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