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3년 전 직장에서 은퇴하며 서울 방배동 2층짜리 다가구 주택을 노후대비용으로 매입했다. 기존에 거주하던 사당동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판 돈에다 퇴직금을 보태 8억5000만원에 샀다. 2층에 직접 거주하고, 1층은 세를 줬다. 1층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로 100만원을 받다 지난해 120만원으로 올렸다. 월세에 연금을 합쳐 250만원 내외가 A씨의 생활비다.

하지만 올해 국토교통부에서 A씨의 집 공시가격을 54% 올리겠다고 고지하면서 시름이 깊어졌다. 표준주택인 A씨의 집 공시가격은 지난해 6억100만원에서 올해 9억2400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5억2900만원) 13.6% 올랐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예상 세금을 계산해보니 재산세가 지난해 97만4880원에서 올해 133만원으로 오른다. 여기에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서 종합부동산세도 소액이지만 납부하게 됐다.

보유세 증가보다 더 큰 문제는 건강보험료다. 작년까지 A씨는 다른 소득이 없어 아들의 피부양자로 올라 있었다. 주택임대 소득도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 5월부터 임대소득이 과세되면서 내년 10월부터는 매달 20만원 이상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됐다. A씨는 “있는 돈을 모두 쏟아부어 산 집인데 가지고만 있어도 내야 할 세금이 계속 오르니 애물단지나 마찬가지”라며 “건강보험료까지 내려면 생활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한탄했다.

서울 단독(다가구)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득이 없는 주택 소유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 내지 않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되거나 보유세 부담이 더해져서다.

망원동에 3층짜리 다가구주택을 보유한 B씨도 요즘 마음이 심란하다. 지난해 6억9500만원이던 주택의 공시가격이 올해 10억800만원을 넘을 예정이라고 통보받아서다. 1년 만에 공시가격이 55% 상승했다. B씨는 이 집에서 15년째 살고 있다. 집값은 10억원이 넘지만 B씨의 소유 지분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1층과 2층은 전세를 주고 있다. 전세보증금은 모두 집 대출금 상환에 썼다. B씨는 은퇴 후 자식들의 용돈과 연금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B씨는 “3억원짜리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10억원 집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며 “부자들만 납부한다는 종부세까지 내게 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