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9년도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안이 공개된 가운데 일부 최상위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가 공교롭게도 작년의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지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인상률을 정해주는 구체적인 지침을 준 사실이 없으며,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과 관련해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당연한 수행 업무의 일환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3일 감정평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 관계자가 작년 12월 중순 한국감정원의 지가공시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감정평가사들에게 고가 토지에 대해 지가를 작년의 2배까지 올리도록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표준지 공시지가를 수년간 시세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인데, 시세가 ㎡당 3천만원이 넘어 평당가가 1억원 이상인 고가 토지에 대해서는 한꺼번에 인상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평가사들이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자 이 관계자는 1회 상승률을 100% 정도로 맞추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서울 명동의 초고가 토지 중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의 ㎡당 공시가격이 작년 9천130만원에서 올해 1억8천300만원으로 100.4%, 우리은행 부지는 8천860만원에서 1억7천750만원으로 100.3%, 유니클로는 8천720만원에서 1억7천450만원으로 100.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가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에는 형평성을 개선하도록 정책 내용을 설명해줬지만 일률적으로 얼마만큼 올리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준 적은 없다"며 "100% 이야기도 일례를 들어서 얘기한 것일 뿐, 모든 고가 토지에 대한 인상 지침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권한을 넘어 감정평가사들의 업무인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국토부는 '부동산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평가 및 최종 공시 주체로서,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 업무를 감정평가사에 의뢰하면서 공시가격에 대한 정부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공시가격 조사·평가 보고서 심사 과정에서도 공시지가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작년 12월 중순 회의는 표준지 공시지가 안을 심사하는 자리였고, 국토부 실무자가 감정평가사 등에게 그동안 시세가 급등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토지에 대해 공시가격의 형평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초 표준지 공시 예정가를 입력하는 전산 시스템을 감정평가사들에게 제공하면서 '공시참고가격'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특정 부동산의 적정 가격 수준을 제시했다는 지적도 평가사 업계에서 나온다.

감정평가사가 직접 실사한 결과를 토대로 표준지의 공시 예정가격을 입력해야 하는데, 감정원이 미리 정한 참고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은 결국 공시가격 수준을 미리 정해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감정평가사들이 반발하자 감정원은 이를 사흘 만에 시스템에서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감정원은 "감정원이 그동안 표준지 인근 지가 정보를 구축했는데, 마침 최근 완성돼 시스템에 반영했으나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감정원이 표준지 인근 실제 거래된 부동산이나 감정평가가 이뤄진 부동산의 정보를 최근 취합했기에 이를 표준지 공시가격 산정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제시한 것일 뿐,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표준지 공시지가는 소유자 의견청취 절차를 밟고 있으며,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달 13일 최종 공시된다.
고가 토지 공시가격 인상에 "정부 지침 내렸나" 논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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