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내년 매수세 위축"…서울 집값 안정, 지방 약세 지속
무주택자 "청약시장 적극 공략, 시장 지켜보며 급매물 노릴 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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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정부 규제로 꽁꽁 얼어붙었다.

지방 주택가격 하락세가 3년째 이어진 가운데 서울 주택시장도 9·13대책의 영향이 본격화하며 최근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도 약세로 전환했다.

내년 주택시장은 수요자들의 '눈치 장세'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거래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전국의 주택가격도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파트 분양시장은 무주택자들이 몰리면서 올해에 이어 청약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 서울 집값 조정장세…지방 깡통주택·깡통전세 확산 우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8.22%, 주택전체 가격은 6.18% 상승했다.

각각 지난해 상승률의 2배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였다.

그러나 내년 서울 주택시장은 정부의 규제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일단 올해보다 주택 거래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1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로 신규 시장 진입이 어렵게 된데다 2주택자 이상 종합부동산세 중과, 규제지역내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세 과세 시행 등으로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입이 어렵게 된 까닭이다.

또한 청약제도 개편으로 무주택자의 청약기회가 늘어나고, 당첨확률도 높아지면서 청약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은 기존 주택 구입을 미룰 가능성이 커졌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무주택자들은 청약 대기 수요로 전환되고, 주택 구입을 주도해온 다주택자들은 추가 매입이 힘들어지면서 전반적인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11월부터 본격화된 거래량 감소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서울 집값 전망은 발표 기관에 따라 '1∼2% 정도의 상승', '보합', '소폭 하락' 등으로 다소 엇갈리지만 가격 상승세가 올해보다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서울 집값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단기급등에 따른 후유증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서울 아파트 가격도 보합 내지 조정장세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 서울지역 입주물량 증가도 가격 안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2천가구로 올해(3만6천가구)보다 15%가량 증가한다.

그러나 올해 입주물량으로 잡혀 있는 9천500가구에 이르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사실상 내년 1∼3월에 이뤄짐에 따라 실질적인 내년 입주량은 5만가구가 넘을 전망이다.

특히 송파·강동구는 내년 입주물량이 2만가구에 달해 동남권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내년 전셋값도 하향 안정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의 급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송파·강동지역의 입주물량도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강남권 일대 아파트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며 "전셋값도 전반적인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에 숨죽인 주택시장…내년 거래 빙하기 온다
공시가격 인상은 내년 상반기 주택시장을 요동치게 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내년 단독주택은 물론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종부세를 피해 집을 팔려는 수요도 나올 수 있다.

다만 아직 양도세 부담이 크고, 추가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다주택자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은행 도곡PWM 이남수 PB팀장은 "종부세 부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로 인해 매도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유세가 늘어난 만큼 거래세를 완화해주지 않는 한 최소한 내년까지 다주택자의 매물 출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내년부터 보유세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양도세가 부담스러운 다주택자들의 증여나 임대사업자 등록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예정지 등에서 국지적으로 집값이 들썩일 수 있으나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은 대구·광주광역시 등 일부 투자수요가 몰리는 곳을 제외하고는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비슷하거나 증가하는 부산·울산·경남 등지는 집값 하락, 전셋값 하락에 따른 '깡통주택'과 '깡통전세' 증가에 따른 무주택 세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지방은 자체 지역경제 위축에다 정부 규제로 서울의 원정투자도 감소함에 따라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물량이 몰린 곳은 전세금을 제 때 돌려받지 못하는 등 무주택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에 숨죽인 주택시장…내년 거래 빙하기 온다
◇ 수익형 부동산도 안갯속…청약시장은 무주택자 몰릴 듯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역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종전보다 대출이 까다로워진데다 최근 실물경기가 좋지 않고, 자영업자들의 폐업·이전이 늘면서 상권이 무너지는 곳이 늘고 있어서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최근 경기침체로 빈 상가가 증가해 주택보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부실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라며 "경기에 민감한 상가나 오피스텔은 공실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약시장은 내년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내년 민간의 주택 분양물량은 38만여가구로 올해보다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기지역인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와 수도권 신도시·택지지구에서 신규 분양이 잇따른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 적잖은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114 선주희 선임연구원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가 높아짐에 따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됐다"며 "청약 가점이 높은 사람들은 분양가가 저렴한 인기지역의 청약에 적극 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집값이 하향 안정세가 예상됨에 따라 가격 변화를 신중하게 살피며 내집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서울, 수도권의 집값 조정이 예상됨에 따라 무리하게 주택 구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시장을 느긋하게 지켜보며 급매물 위주로 매수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