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人터뷰] 민경남 대표 "요즘처럼 보합권에서 움직이는 시기가 내집 마련 적기"
“왜 사표를 던졌냐고요? 투자할 시간이 모자라서요.”

민경남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필명 시네케라·사진)의 8개월 전 일성이다. 올봄만 해도 그는 대표가 아니라 회사원이었다. 한 자산운용사에서 1조원을 굴리는 부동산 펀드매니저가 그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과감히 그만뒀다. 12년차 베테랑 펀드매니저가 쓴 사직의 변은 간단했다. 투자수익이 이미 연봉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분석할 시간이 늘어나면 경제적 자유를 더욱 빨리 이룰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었다. 지금도 그 계산이 맞을까. 지난 18일 그를 다시 만났다.

먼저 퇴사 이후 전업투자자로서의 근황을 묻자 민 대표는 “퇴사할 때 세운 목표는 제대로 된 물건으로 1년에 1건씩만 투자하자는 것이었다”며 “다행히 강남역 주변에 괜찮은 수익형 부동산이 나와 지난여름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집값이 꺾이고 있는 요즘도 투자하거나 내 집 장만을 목적으로 매입할 만한 부동산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사는 게 좋겠지만 그 시점은 신도 모른다”며 “요즘처럼 보합권에서 움직이는 시기가 차라리 매수 적기”라고 조언했다. 대부분 무주택자는 집값이 꺾여도 더 떨어질까 불안해하며 결국 매입하지 못해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집코노미 人터뷰] 민경남 대표 "요즘처럼 보합권에서 움직이는 시기가 내집 마련 적기"
그는 무주택자들이 집을 한시라도 빨리 사야 하는 이유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첫째, 전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거안정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둘째, 최근 같은 폭등장세에 최소한의 방어가 가능합니다. 셋째, 인플레이션입니다. 매년 물가가 오르고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화폐가치는 떨어지는데 저금리 예금이나 아예 이자조차 없는 전세보증금은 돌려받더라도 사실상 손실인 셈이죠. 실물자산인 부동산은 세금과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매년 2.5~2.6% 안팎만 오르면 결과적으로 이득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집을 사면 좋을까. 민 대표는 투자 목적이라면 수시로 들를 수 있는 가까운 곳을 꼽았다. 서울이 직장이라면 서울이 최우선 순위라는 것. 전업투자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직장인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을 받거나 임차인을 만날 때, 집을 수리해야 할 때 등 생각보다 현장에 갈 일이 많다”며 “평일 낮과 밤, 주말 낮과 밤, 대중교통과 자동차를 이용하는 등 매입하기 전 최소 일곱 번 이상 가볼 수 있는 곳이어야 좋다”고 말했다. 멀면 멀수록 현지 중개사를 자주 만나기 어렵고 주변 시황에도 어두워진다는 이유에서다.

투자를 위한 준비도 당부했다. “매물이 나왔을 때 조사를 시작한다면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매수 희망 물건의 다양한 정보를 미리 준비해뒀다가 매물이 나왔을 때 바로 실행해야 물건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 민 대표는 “모든 조사는 자료로 문서화하고 숫자로 계량화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설령 매수에 실패하더라도 다음 투자를 위한 좋은 자료가 남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집은 엉덩이가 가볍고 부지런하며 실행력 강한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근 공급이 많았던 오피스텔 투자는 서울 기준 최소 연 4.5~5.0%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곳을 추천했다. 대출금리와 감가상각 등을 감안했을 때 수익률이 이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매각 때 손실이 발생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투자하려는 오피스텔의 월세가 100만원이라면 앞으로 120만원, 130만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만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 같은 그의 투자 마인드를 담은 《지금부터 부동산 투자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무주택자와 초보 투자자 또는 중수들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기본서를 목표로 한 책이다. 투자에 자신 있다면 민 대표처럼 누구나 전업투자자로 돌아서도 될까.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경제적 자유’에서 ‘자유’에 대한 부분은 만족할 겁니다. 그런데 ‘경제적’이란 조건을 맞추기 위해선 회사에 다닐 때보다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매일 오전 7시30분까지 개인 사무실로 출근할 자신이 없다면 사표는 계속 가슴에 품으세요. 그래도 그만두고 싶다면 앞으로 10~20년 동안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엑셀 시트에 구체적으로 기록해보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배우자에게 보여주세요. 설득할 수 없다면 회사를 정년까지 다니면 됩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