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둔화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글로벌 시장과 동조화가 강해진 한국에서도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18일 ‘2019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 “런던, 뉴욕, 밴쿠버 등 선진국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서울도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나홀로 강세’가 꺾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택경기 둔화…지역별 양극화 심화될 것"
이 원장은 2019년 국내 주택시장의 전반적 둔화를 예상했다. 촘촘한 대출규제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부동산시장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주식시장도 크게 냉각됐다는 게 그 근거다. 이 원장은 “경제주체 과반수가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게 실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건설투자 액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시장침체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고 했다.

이 원장은 “2019년 국내 주택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은 각각 1.1%, 1.5%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소득별, 지역별, 상품별 시장 차별화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가령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에선 늘어난 주민소득에 비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택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다”며 “경기가 침체하더라도 고액자산가의 고가주택·토지 거래와 증여는 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과 지방 간 가격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에 서울에선 올해와 비슷하게 주택 8만 가구가 더 공급될 예정이지만 빠르게 물량이 소진될 것”이라며 “동남부 위주로 신규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져 전세 가격은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방에선 신축 주택 3년 누적재고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은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하다”며 “분양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하면 집단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경기에 민감한 리테일(소매) 부동산과 집단주택이 하강 사이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면서 물류창고와 데이터센터, 공유오피스 등 새로운 부동산 투자 상품이 등장했다”며 “투자하려는 국가의 통화정책에 유의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