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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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전통을 지닌 부산 향토기업 삼진어묵은 지난해 말 부산 영도 봉래동 봉래시장 일대에 빈집 8가구를 매입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통기술 전수 플랫폼을 조성하고자 2016년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 삼진이음을 통해서다. 청년 창업가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인구 감소·고령화로 쇠락해가는 주변 지역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였다. 리모델링을 마무리하는 내년 5월이면 젊은 창업가를 위한 창업플랫폼 공간이 마련된다. 삼진이음은 이들을 위해 자사의 어묵 기술뿐 아니라 두부, 국수, 양복, 칼 등 50년이 넘는 전통을 보유한 지역 내 장인(匠人)들의 기술도 전수할 예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삼진이음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24억8000만원에 이르는 빈집 매입 비용의 65%인 15억8800만원을 HUG가 운용하는 ‘수요자중심형 도시재생 융자상품’에서 지원했다. 금리는 연 1.5%로 낮다. 수요자중심형 도시재생 융자상품은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코워킹커뮤니티 시설, 창업 시설, 상가 리모델링 등 소규모 생활밀착형 시설을 조성해 지역 여건에 맞는 도시재생 사업을 지원하는 융자상품이다. 자금 조달비용을 크게 아낀 삼진이음은 새로 단장한 상가에 입주하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10% 미만의 판매 수수료 외에는 임대료를 일절 받지 않을 계획이다.

홍순연 삼진이음 이사는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HUG가 지원하는 저리의 도시재생 융자상품”이라며 “영도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장인들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청년들에게 전수해 지역 전통산업의 명맥을 이어가고, 지역 활기를 되찾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도시재생 융자로 낙후지역 개발 ‘숨통’

국토교통부에서 주택도시기금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는 HUG는 2015년부터 다양한 도지재생 융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핵심 업무인 아파트 분양보증 외에 다양한 융자사업을 하고 있다.

낡은 단독주택이 몰려 있는 인천 구월동의 ‘우정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HUG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에서 도움을 받은 덕이다. 슬럼화가 불가피했던 이곳은 사업 초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HUG가 지난 10월 연 1.5% 저리로 사업비 160억원을 지원하면서 정상화의 길을 걸었다. 융자 승인 이후 순차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하는 게 가능해졌다.

HUG가 다양한 도시재생 융자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주택도시기금이 있기 때문이다. HUG는 2015년 7월 ‘주택도시기금법’ 시행에 따라 청약저축, 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의 전담운용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기존 주택 공급 보증 위주였던 업무 영역을 넘어 도시재생 지원 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HUG는 지난해 기준 총자산이 6조6901억원, 부채가 1조6103억원이다. 부채비율 31.7%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675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기관

주택도시기금 관리·운용과 함께 HUG의 또 다른 핵심 업무는 ‘보증’이다. 1993년 설립된 HUG는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기관이다. 선(先)분양 방식으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한국에선 아파트 분양보증이 필수적이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의무적으로 HUG의 주택보증 상품에 가입하도록 돼 있다. 아파트를 짓는 도중 건설사가 부도 나도 분양받은 주택 소비자들이 차질 없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주택보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파트 분양보증이다. 지난해 기준 136조원의 보증 실적 가운데 아파트 분양보증은 56조원으로 40%가량을 차지했다. 이 밖에 HUG는 하자보수보증, 조합주택시공보증, 임대보증금보증, 정비사업자금대출보증, 주택구입자금보증 등 다양한 보증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을 운영하는 곳도 HUG다. HUG가 서민을 품는 ‘따뜻한 공기업’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배경이다. HUG 관계자는 “주택시장 안정을 책임지는 공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보증상품을 개발하고, 무주택 서민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금융 통한 서민주거 안정 모색

HUG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제6회 국제주택도시금융포럼(IFHUF) 행사를 치렀다. 이 포럼 역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금융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의 서민주택금융 현황과 향후 발전 방향(1회)’ ‘주택금융서비스 소외계층을 위한 모기지 접근성 제고 방안(2회)’ ‘유럽의 주택금융 소비자 보호정책 리뷰(3회)’ ‘네덜란드 저렴주택에 대한 금융지원 방식(4회)’ 등 역대 포럼의 주제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잘 드러난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주택도시금융의 혁신과 변화, 그리고 국제 협력’이었다. 사회적 금융의 주택도시 분야 적용 가능성과 국내 주택도시금융 제도를 기반으로 아시아 국가와 국제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주택도시금융을 담당하는 HUG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