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 집값에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인 데다 시중 금리는 지난해 중반 수준을 밑돌고 있어서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도 파괴력을 낮게 보는 이유다. 다만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공격’보다 ‘방어’에 치중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당장 집값에 큰 충격 없어…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
30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금리가 0.25%포인트 올랐을 때 변동금리로 2억원을 빌린 차주의 이자 부담은 1년에 50만원, 월 4만원 정도밖에 늘지 않는다”며 “단발성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지,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를 따라 얼마나 빠르게 올라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시장금리가 오르더라도 당분간 차주들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며 “내집 마련 수요는 위축될 수 있겠지만 투자자는 이미 대출이 막힌 상태여서 금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도 금리 인상의 파장이 크지 않은 이유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외 경기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한은으로서도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단발성 금리 인상에 그친다면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실장은 변수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을 꼽았다. 그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Fed의 정책금리 인상 시기가 겹칠 때 시장금리 인상폭이 컸다”며 “미국이 금리를 다시 인상한다면 시중은행 금리는 예상보다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공실, 중개수수료, 유지·보수료 등을 감안한 연수익률이 예금금리 수준에도 못 미친다면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순 임대수익만 추구하는 구분상가나 오피스텔시장엔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대출 이자를 내고 남는 수익이 얼마 되지 않거나 오히려 모자라는 역(逆)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