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고가철거, 철길공원화…분리된 상권 합치는 도시계획 주목하라
고속도로, 고속철도, 지하차도, 육교 등의 교통노선들은 편리성과 이동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교통수단의 중요성이 바뀌면서 상권과 부동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상권 희비 가른 경부고속도로

강북과 강남을 구분 짓는 한강처럼 교통노선은 그 자체로 지역을 나누는 큰 역할을 한다. 강남과 서초를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를 보자. 많은 사람이 강남대로를 기준으로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이 강남구와 서초구로 구분되는 것을 알지 못한다. 지하철역 명이 강남역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무의식중에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강남구와 서초구가 경계해 있다고 알고 있다. 고속도로가 상권을 차단하는 울타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존 도시계획상으로는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주거와 상업시설이 구분되어 있었고, 고속도로로 지역을 구분하는 의미가 없었다. 경부고속도로는 강남역 상권의 확장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지역의 주민과 상점주들은 병목현상으로 고통받고 있고, 차량 소음으로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서초구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사비와 사업기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대로 유지된다면 먼 미래에는 경부고속도로로 인해 동서로 갈라진 서초구가 분당의 동판교와 서판교, 화성의 동탄1신도시와 동탄2신도시같이 될지도 모른다.

◆쥐구멍에 볕 들게 한 고가 공원

서울역 고가공원(서울로7017)은 당초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공원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지금은 서울역을 기준으로 동서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역 서남부 인근의 토지가격을 3.3㎡당 5000만원까지상승시켰다. 고가공원의 효과는 낙후된 서부 지역이 톡톡히 누리고 있다.동부의 20~30%이었던 가치가 50~60%까지 상승했다. 또한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를 충분히 상생시키고 낙후된 지역분위기도 바꿨다. 만리재길과 충정로역, 숙대입구역까지 고립된 서울역 서남부 지역은 현재도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적 명소 만든 철길 공원화

동서를 왕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지하철2·5·분당선 왕십리역은 지역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마포구 연남동의 경의선을 공원화한 철길공원은 철길에 위치한 건물들이 개발되기 전 3.3㎡당 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8000만원에도 손바뀜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지하철 3호선 약수역 인근 약수역 고가는 지난해 철거되면서 주변 상권을 하나로 묶었다. 기존엔 고가에 가로막혀 동서남북이 분리되어 있었다. 한눈에 사거리를 볼 수 있게 됐고, 사거리가 횡단보도로 연결되면서 상권이 연결됐다. 상권 활성화는 물론 건물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빌딩 매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약수역고가 사례를 참조해 영동대교 북단, 한남대교 북단의 건물들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지하철 1호선 부천역과 부평역은 남북을 나누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 고객은 상권이 활발한 북쪽 정문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후면은 유동 인구가 적을 뿐만 아니라 지가 자체도 저렴하게 형성돼 있다.

◆도시계획 변화가 ‘돈’

투자자라면 울타리를 중심으로 어느 쪽으로 투자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대부분 빌딩 매입 초보자들은 상권이 형성된 지역만 선호한다. 극명한 대비가 되다 보니 좋은 상권 반대편 지역은 검토대상에도 못 들어간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숙련된 투자자라면 양쪽 모두를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동서남북 어느 쪽 상권이든 적정한 가격에 나온 물건들은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률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현재는 낙후된 상권이지만 도시 계획이 바뀌면 충분히 상권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미래를 보고 현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도시계획 자체가 워낙 고비용·장기 사업이기에 주변의 정보만을 듣고 투자를 해서도 안 된다.

고가 철거와 같이 둘로 나뉜 상권을 하나로 묶거나 연결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첫째 공사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린다면 그 사이 다른 지역 투자를 추천한다. 10년간 공실이 유지되거나 월세 수익이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업 자체가 기존의 시설물을 개선하는 사업인지 아니면 철거를 하는 사업인지 봐야 한다. 경의선 철길공원처럼 철로에서 공원으로 탈바꿈하는 공사와 고가 철거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그만큼 정책적으로도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부고속도로처럼 계획과 과정이 복잡하다면 시행 가능성도 낮다. 셋째로 대중교통 노선과가까운 곳을 택해라. 지하철역이나 버스환승센터 등 대중교통노선과 가까우면 개발되었을 때 가장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익이 불안정하더라도 시세보다 저렴하면 매입하는 게 좋다. 도시계획을 감안한투자는 중장기 투자다.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살 때부터 먹고 들어가면 길게 가져갈 수 있다.

주변 상권이 분단됐어도 개선이 가능하다면 양쪽으로 연결시키는 곳을 주목하고, 동서남북 상권 중 가장 활성화된 상권을 보기보다는 지역 전체를 분석해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기고=신동성 원빌딩부동산중개법인 수석팀장
정리=집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