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힐스테이트 펜타힐즈'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현대건설 제공
'경산 힐스테이트 펜타힐즈'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현대건설 제공
인구가 30만도 안되는 소도시에서 1만4000여명이 아파트 청약에 뛰어들었다. 경상북도 경산시 중산동 일대에서 분양한 '경산 힐스테이트 펜타힐즈' 얘기다. 경산 인구 20명 중 한명은 청약한 셈이다. 이 단지는 평균 173대 1의 경쟁률로 청약 마감됐다. 9·13 대책 발표 이후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두번째 높은 기록이다. 이 작은 도시에서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2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청약 접수를 받은 '경산 힐스테이트 펜타힐즈'는 99가구 모집에 총 1만7160명이 청약해 평균 173.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기타지역 통장을 제외한 경산 당해지역 접수는 1만4115건에 달했다. 경산시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약 6만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은 청약한 셈이다. 대구·경북 등 기타지역에서도 3045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통장이 가장 많이 몰린 전용 84㎡ 경쟁률은 237.53대 1까지 치솟았다.

경산 중산동 일대를 개발하는 도시개발사업지구에 들어서는 단지다. 중산동은 대구 수성구와 접해있어 경산시 안에서도 주거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분양 관계자는 "이번 청약 결과는 앞서 분양한 '펜타힐즈 더샵 1차' 30대 1, '펜타힐즈 더샵 2차' 70대 1와 비교해도 월등하다"며 "옆동네인 대구 수성구의 청약 열기가 경산시민들을 자극 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구에선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공급된 분양 아파트 8개 단지가 모두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평균 경쟁률은 40.05대 1으로 집계됐다. 명문 학군이 밀집돼있어 대구의 강남으로 꼽히는 수성구가 흥행을 주도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전매 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만 수요는 여전했다. '힐스테이트 범어 센트럴'은 208가구 모집에 6228명이 청약해 29.94대 1로 마감됐다.
'경산 힐스테이트 펜타힐즈'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현대건설 제공
'경산 힐스테이트 펜타힐즈'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현대건설 제공
수성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인근 지역이 덩달아 뜨거워졌다. 달서구가 대표적이다. 지난 9월 달서구 진천동 일대에 공급된 '진천역 라온프라이빗 센텀'은 372가구 모집에 4만1213개 통장이 몰려 110.79대 1의 경쟁률을 냈다. 지난달 말 달서구 대천동에서 분양한 '월배 삼정그린코아 포레스트'는 46.4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불패 행진'은 외곽 지역까지 번졌다. 대구시내에서 변두리로 꼽히는 달성군 다사읍 일대에서 분양한 '다사역 삼정 그린코아 더베스트'는 최고 67.92대 1, 평균 46.2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경산 힐스테이트 펜타힐즈’ 청약 흥행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구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성구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대구 외곽지역까지 청약 열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 열기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에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도 몰렸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펜타힐즈 전용 84㎡ 분양가가 4억대인데 최대 5억까지 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당해 우선 공급이어서 입주자모집공고 전 주소를 경산으로 옮긴 수요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분양대행업체인 CLK의 이인권 부장은 “대구 부동산시장 활기에 힘입어 경산 중방동 일대에 공급된 ‘경산 호반베르디움’ ‘경산중방e편한세상’ 등의 시세도 올 하반기 들어 1000만원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