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포기를 추진하던 서울 재개발구역들이 속속 사업 재추진에 나서고 있다. 2014년 이후 주변 아파트값이 급등해 수익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은평구 증산4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는 최근 서울시에 정비구역 해제 취소를 요청했다. 추진위는 “건물이 낡고 기반시설이 없으며 화재 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다. 주차시설이 부족해 도로에 방치된 차량으로 인해 걸어다니기도 힘들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보냈다. 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1850명 가운데 1410명이 탄원서에 서명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낡은 빌라가 몰려 있어 재개발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북구 장위14구역은 지난달 정비구역 해제를 위한 주민투표를 했다. 투표에 참가한 1015명 가운데 889명(60.31%)이 사업을 재추진하자는 의견을 냈다. 조합은 투표 후 정비구역 유지 확정 고시를 냈다. 2016년 정비구역 해제 요구를 받은 신대방역세권도 최근 사업 재개를 결정했다. 주민투표를 한 결과 구역 유지 찬성률이 63.7%였다. 동대문구 전농9구역 추진위원회는 조만간 구청에 정비구역 지정을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이곳은 2004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으나 10년 이상 진척을 보지 못했다. 추진위는 정비구역 면적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정비구역 해제를 추진하던 곳들이 다시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새 아파트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인 2012년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하고, 현재까지 377개(55.2%) 구역을 해제했다. 서울시 정비(예정)구역은 모두 683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재개발의 가장 큰 변수는 조합원 동의율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합 설립을 위해선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까닭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과거 해제가 추진됐다는 건 그만큼 주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뜻”이라며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로 사업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인가 단계까지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