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서울 14개월만에 하락 전환…2억5000만원 내려도 안팔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4개월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서울 외곽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풍선효과도 시들해졌다. 9·13 대책의 약효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14개월만에 마이너스 전환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둘째주(12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떨어졌다. 작년 9월 둘째주(11일 기준)부터 시작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둔화되면서 지난주 보합세로 나타났다. 이번주 강남권을 비롯해 6개 구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61주만의 하락세다.

전국 아파트값도 이번주 0.02% 떨어지며 지난 8월 둘째주 이후 13주만에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수도권의 상승폭이 0.04%에서 0.02%로 축소되고, 서울은 하락 전환, 지방은 -0.04%에서 -0.05%로 하락폭이 커지며 보합에서 하락으로 전환했다.

강남권은 재건축 단지 위주로 가격 하락폭이 커지며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난주보다 더 커졌다. 4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이다. 강남구도 지난주(-0.07)보다 0.09% 떨어졌고, 서초구도 지난주(-0.07)보다 0.10% 하락했다. 송파구는 지난주 낙폭(-0.10%)과 같은 0.10% 떨어졌다. 지난주 보합세로 전환했던 강동구도 0.03% 떨어지며 18주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국감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재건축 단지 하락세와 급매물 출현으로 모두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동작구는 0.03% 떨어져 3주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서대문구도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주 0.01% 떨어지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은평 구로 마포 양천 성동구의 아파트값도 이번주는 보합세로 나타났다. 2주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던 용산구 아파트값은 이번주 보합으로 전환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9·13 대책'이 시행된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매수자가 줄어들면서 강남, 송파 등에서 호가가 2억원 가량 빠져도 거래가 거의 성사되지 않고 있다"면서 "급매 가격이 점점 더 떨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도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코노미]서울 14개월만에 하락 전환…2억5000만원 내려도 안팔려
◆풍선효과도 시들

서울 외곽지역으로 상승세가 번지며 지난주 0.07% 상승했던 경기도의 가격 상승세는 이번주 0.03%로 둔화됐다. 5주째 상승세를 유지하던 고양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도 이번주 하락 전환했다. 지난주 하락 전환했던 과천시는 이번주 하락폭이 0.04%로 더 커졌다. 광명시도 지난주(0.05%) 상승세에서 이번주(-0.01%로 하락 전환했다. 용인시와 수원시도 상승폭이 둔화됐다. 용인은 지난주 0.26%에서 이번주 0.12%로 절반 가량 상승폭이 줄었다.

김포시는 지난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주 0.28%에서 이번주 0.29%로 상승세가 소폭 커졌다. 한국감정원은 “강서구 인접 지역과 김포도시철도 역세권 단지 등을 중심으로 수요 지속 유입되며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부천시도 양호한 교통여건과 GTX 등 광역교통망 개발사업 기대감으로 이번주 0.18% 상승했다.

◆2~3억 내려도 안팔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집값은 9·13 대책 발표 이후 2~3억원 급락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대책 이후 거래가 없다가 지난달 고점에서 1억원 정도 내린 급매물이 한 2건 정도 팔렸다”며 “그 뒤로 거래가 완전히 끊겨서 지금은 호가가 2억원 이상 떨어져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L공인 관계자는 “온종일 사무실에 있어도 집을 사겠다는 매수 문의 전화는 거의 없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매물이 없어 못 팔 정도였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9·13대책 직후 급매물이 2∼3건 정도 팔린 뒤 현재 호가가 2억∼2억5000만원까지 하락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대치동 Y공인 대표는 “매수자들은 현재 내린 금액에서 5000만원 정도 더 낮추면 사겠다고 하지만 막상 그 금액으로 내려와도 실제 매수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대책 발표 전 32억원 달라고 하던 매물을 29억5000만원으로 2억5000만원 낮춰 내놨는데도 거래가 안된다”고 전했다.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2003건으로, 일평균 143.1건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일평균 거래량(330.4건)에 비해 56.7% 감소한 것이다. 강남구는 거래 신고건수는 88건으로 일평균 6.3건 거래됐다. 지난달 일평균(18.6건)의 3분의 1 수준으로 거래가 줄어든 것이다. 송파구도 11월 현재까지 신고건수가 일평균 8.6건으로 10월(27.1건)에 비해 68% 감소했다. 비강남권도 10월 대비 일평균 거래량이 40∼60%가량 줄었다. 노원구의 경우 11월 신고건수가 일평균 17건으로 지난달(45.3건)에 비해 62.3% 급감했다. 성동구와 동작구도 10월에 비해 각각 65.7%와 59.3% 거래량이 줄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 국내외 경기가 올해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아 실수요자도 섣불리 집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거래가 일어나고 하락세도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코노미]서울 14개월만에 하락 전환…2억5000만원 내려도 안팔려
◆8·2 대책과 다를까

규제 종합 세트로 불렸던 작년 8·2 부동산 대책 때보다는 마이너스 전환이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8·2 대책 때는 즉각 효과가 나타났다. 바로 그 다음주인 8월7일 서울 집값이0.03% 하락했다. 이때도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3구가 하락을 주도했다. 동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 집값은 0.11%나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책 발표 9주만에 서울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상승폭이 점진적으로 줄어들다가 마이너스로 전환한 게 특징이다. 이번에도 동남권 집값이 가장 먼저 떨어졌다.

8·2 대책 당시 집값 하락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는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라고 자부했지만 단 5주만에 약발이 사라졌다. 9월 11일 다시 0.01% 상승하더니 꾸준히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12월부터 올 3월까지 급등세가 나타났다. 이후 대책의 핵심 내용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올 4월 강보합세에 그쳤지만 7월부터 유례없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다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사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등 대책의 강도를 끌어올린 만큼 약효는 늦게 나타났지만 효과는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