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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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비트코인 다 해봤는데…. 그나마 믿을 건 부동산 밖에 없더라구요."

30대 후반 미혼의 후배 얘기다. 직장생활도 오래 해왔고, 결혼도 안해 시간이건 돈이건 제법 여유가 있는 친구다. '좋다더라' 하는 곳에 일찌감치 투자해서 돈을 쏠쏠히 벌어온 숨겨진 고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작년에는 비트코인, 올해에는 주식에서 쓴맛을 보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다던 그는 입문과정을 들으며 '어머니 말이 맞나 봅니다', '재테크도 구관이 명관인가봐요' 등의 평을 할 때면 기분이 새삼스럽다.

이러한 얘기는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건설업종 기업들에 대한 평가와 다르지 않아서다. 해외사업이나 신규사업, 이종업종간의 사업통합까지했지만…. 결국엔 돈을 벌어다주는 건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는 '집'이었으니 말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건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들이 실적 호조를 나타냈고, 이러한 성장세를 뒷받친 부분은 '주택 부문'이었다. 건설업종 주식은 지난주(10월29일~11월2일) 코스피 지수보다 0.5%p 높은 수익률을 나타낼 정도로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집값이 상승흐름을 보이면서 최근 몇년동안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기업들은 입주가 원활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준공정산이익을 제대로 받아 건설사들의 이익이 양호해졌다.

'자이' 브랜드로 알려진 GS건설이 대표적이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1973억원, 영업이익은 23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3.4%, 228.8%의 성장했다. 상반기 5000 가구가 입주한데 이어 3분기에만 1만 가구 이상, 4분기에도 6400가구 가량이 입주할 예정이다. 2019년에도 2만2000가구 이상이 입주할 것으로 보여 주택부문에서는 실적호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2015년 4만2000 가구 가량을 분양했던 대우건설도 '집' 덕을 톡톡히 봤다. 3분기 연결 매출액 2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915억원으로 68.6% 늘었다. 해외 플랜트 실적은 부진했지만, 주택부문의 실적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래미안'의 삼성물산, '아이파크'의 HDC현대산업개발, 'e편한세상'의 대림산업 등도 주택부문이 실적호조를 견인했다.

하지만 물량만 놓고보면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분양물량은 2015년 약 52만 가구로 근래들어 최대치였다. 2016년에는 45만구로 다소 줄었지만 적지 않은 수준이었고, 2017년에는 35만 가구 정도가 공급됐다. 이들 아파트에 입주가 원활히 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지방 대단지의 경우 입주가 잘 안되는 '불꺼진 아파트'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추가 분양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9·13대책 이후에 시장은 급격히 냉각되는 분위기여서다. 거래량이 급감하고 분양 시장은 지역별로 '반짝 강세'만 보이고 있다. 분양권을 주택으로 간주하는 이달 말부터는 더욱 안갯속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단 샀다가 전매하면 된다'는 식의 분양 마케팅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생사업이 얼어붙은 건 진작부터였다.

물론 일부에서는 '분양 물량'은 어차피 있는 것이고, 시장에 따라 연기되거나 시기가 조정되는 것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언제건 벌 돈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환경은 달라진다. 기업들은 이제 적은 수주에도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서서히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최근에 아파트에 최첨단 시스템이나 새로운 구조 등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건설사들의 수익률 개선은 집값의 상승의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집으로 돈벌기 어렵다'는 걸 실감하고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안다. 앞으로는 집으로 돈벌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후배가 부동산 입문과정을 끝내면 아마도 이렇게 얘기하지 않을까 싶다. "돈벌기는 뭐든 예전이 좋았군요. 내 집으로 결혼하기는 어렵겠는대요"라고 말이다. 집으로 돈 버는 건 아닌 게 맞다는 말에는 맞장구를 쳐주고 싶지만, 신혼의 꿈까지 져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