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대출이 뭔가요?"…강남 수십억 아파트, 현금으로 사는 큰손들
서울 동남권 주택구입 때 대출 의존비율 35%
◆수십억 아파트 현금으로 매입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전용면적 107㎡는 지난 8월 말 38억원에 손바뀜해 최고가를 썼다. 3.3㎡(평)당 1억2000만원 꼴이다. 매수인이 담보대출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거래한 게 특징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매수인은 지난달 잔금을 내고 소유권이전을 완료했다. 5억원 안팎의 전세보증금을 끼더라도 30억원이 넘는 현금을 한 달 만에 완납한 셈이다. D공인 관계자는 “제3종일반주거지에 들어선 저층 단지인 데다 대지 지분이 커서 재건축 수익률이 높은 만큼 투자 1순위로 각광받는 단지”라며 “전용 107㎡ 소유자는 재건축 후 새 아파트 전용 59㎡와 84㎡를 ‘1+1’으로 받고 추가로 5000만원가량을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통 부촌인 압구정동에서도 고가 현금거래가 나왔다. 한강변 ‘현대1차’ 전용 196㎡ 고층 물건이 지난 8월 43억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 역대 최고가다. 신만호 중앙공인 대표는 “매수인은 전세보증금 12억원을 끼고 대출 없이 현금으로 31억원을 지불했다”며 “중형 면적대 매수자는 4억~5억원 가량의 담보대출을 이용하는 반면 대형 면적매수자는 대출 없이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강북 인기 주거지역에서도 대출에 의존하지 않는 거래가 속속 나오는 중이다. 재개발 후 직주근접 단지로 각광받는 교남동 ‘경희궁자이’도 올여름 현금거래됐다. 2단지 전용 84㎡를 보면 매수자가 전세금 5억7000만원을 끼고 나머지 8억원을 현금으로 냈다. 총 매매가는 13억6000만원으로 종전 최고가 거래다. 이상식 상경공인 대표는 “지난달 18억7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116㎡는 매수인이 전세금 1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대출 없이 현금으로 냈다”면서 “강남 등지에서 온 자산가가 매입하거나 단지 내 세입자가 매매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 중인 개포동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열에 한 건은 은행의 도움을 받지 않는 거래다. 정지심 태양공인 대표는 “최근 ‘개포주공1단지’ 전용 42㎡는 최고 18억원까지 현금으로 거래됐다”면서 “대형 면적대는 담보대출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전용 42㎡(재건축 후 전용 84㎡를 배정받는 매물) 호가는 18억원 선으로 추가분담금은 2억원가량이다. 전셋값은 전셋값은 1억원 안팎이다.
◆서울 절반은 대출 없어
올해 서울시가 발표한 도시정책지표조사인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 중인 가구의 절반가량인 51.3%는 부채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를 가진 나머지 48.7% 가구에선 주거 안정을 위해 대출을 일으키는 사례가 많았다. 주택 마련 37.7%, 전·월세보증금마련 26.5% 등이다.
또 부자 동네일수록 집을 살 때 대출에 적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 등 서북권의 대출의존 비율은 39.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북권(39.5%)과 도심권(38.5%), 서남권(36.5%) 순이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가 속한 동남권은 35.6%로 가장 낮았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올해 들어 연이어 대출 문턱이 높아졌지만 강남 등 고가주택 수요엔 별다른 타격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신만호 중앙공인 대표는 “지역별 온도차가 있겠지만 강남엔 대출규제와 관계없이 자금력 있는 수요자는 여전히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1주택 가구의 기존 주택 2년 내 처분 조건이나 무주택 가구의 2년 내 전입(공시가 9억 이상) 조건 등 까다로워진 대출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지심 태양공인 대표는 “수서역세권 토지보상금이 풀리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자금력 있는 매수인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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