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차 여의도 시범 "재건축 사업 지연, 못 참겠다"
서울시가 마스터플랜 발표를 전면 보류한 여의도 일대 주요 단지에서 주민들의 개별 재건축 추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마스터플랜 계획 이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던 여의도 시범아파트(사진) 주민들은 무기한 연기된 마스터플랜 발표를 기다릴 수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선다.

이 단지 주민들은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단지 재건축 추진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제형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장은 “서울시는 마스터플랜이 보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대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단지 정비계획 변경을 지연하고 있다”며 “단지 노후도가 심각해 주민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재건축 사업 일정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한 입주 48년차 단지다.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겼다. 1584가구로 구성돼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덩치가 가장 크다. 재건축 후 최고 35층 2370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작년 6월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단지는 서울시가 여의도·용산 ‘통개발’을 목표로 일대 마스터플랜 마련에 나서면서 사업이 난항에 빠졌다. 서울시는 여의도를 국제 금융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아래 종합 마스터플랜 격인 ‘여의도 일대 재구조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48년차 여의도 시범 "재건축 사업 지연, 못 참겠다"
이로 인해 시범아파트는 지난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정비사업 계획 관련 심의에서 보류 결정을 받았다. 같은 시기 정비구역지정안을 제출한 여의도 공작아파트도 마찬가지 결정을 받았다. 서울시가 일대 밑그림 격인 마스터플랜이 나온 뒤 개별 단지 재건축 계획을 심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올해 공개가 예정됐던 마스터플랜 등은 8월 말 발표·추진이 모두 보류됐다. 개발 계획 예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대 집값이 치솟자 서울시가 급히 내린 조치다.

단지 주민들은 서울시가 마스터플랜 보류 결정을 내린 이후 기존에 추진 중인 개별 단지 재건축 사업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회가 지난달 초 서울시에 제출한 정비계획안은 그달 도계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기존 재건축 사업지의 계획이 향후 나올 마스터플랜과 얼마나 발을 맞춰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서울시는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마스터플랜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로 인해 여의도 일대 재건축 사업 다수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