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제도 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등의 영향으로 서울지역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 분양이 줄줄이 늦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분양한 ‘노원 꿈에그린’ 모델하우스.  /한경DB
청약제도 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등의 영향으로 서울지역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 분양이 줄줄이 늦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분양한 ‘노원 꿈에그린’ 모델하우스. /한경DB
서울 강남, 경기 북위례와 판교 대장지구 등 당첨과 동시에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로또 분양’ 물량공급이 연말 또는 내년으로 대거 연기됐다. 청약제도 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등의 영향이다. 지난 9월과 10월 서울에서 분양을 계획했던 현장은 8개 단지(일반분양 2374가구)였다. 그러나 10월 중순인 지금까지 분양을 시작한 곳은 없다. 11월과 12월, 연말 분양을 계획했던 단지들은 일정을 내년 초로 넘기고 있다. 최대 성수기인 가을 분양 시장이 사실상 폐막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분양 대부분 내년으로 연기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 공급은 사실상 8월 분양한 ‘노원 꿈에그린’ 이후 끊긴 상태다. 분양 연기는 삼성물산이 서초동 서초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 리더스원’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1317가구 규모로 232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삼성물산은 이 단지를 4월 분양하기로 계획했으나 일정을 9월로 미뤘다. 그러나 9월에도 분양하지 못하고 이번 달로 넘어온 상태다. 이미 여러 차례 연기된 데다 HUG와 재건축조합 간 분양가 조율이 안 되고 있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제시한 분양가를 HUG가 승인해주지 않아 사업이 진척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인근 집값 시세를 분양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조합의 주장과 주변 분양가의 110% 수준으로 제한하려는 HUG의 규제가 맞서고 있어서다.

GS건설은 서초구 무지개아파트와 방배경남아파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등을 재건축해 짓는 자이 아파트를 12월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HUG의 분양가 규제로 추가 분담금이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합이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이 전농동 청량리4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주상복합단지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도 분양 일정을 미뤘다. 9월 분양을 계획했으나 12월께로 일정을 재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11월 3개 단지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은평구 ‘힐스테이트 응암1구역’(가칭)과 서초구 ‘디에이치반포(삼호가든3차 재건축)’, 강남구 ‘일원대우 재건축’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3개 단지 모두 8월 분양을 계획했던 곳인데 11월까지 미뤄졌다”며 “상황에 따라 더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지역 알짜 분양도 대거 연기

북위례, 판교 대장지구, 과천주공 6단지 등 경기 일대 알짜 단지도 줄줄이 분양이 연기되고 있다. HUG가 무주택자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주택공급규칙이 시행되는 11월 이후에 분양보증 승인을 내주기로 방침을 정해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무주택 실수요자 우선공급 등을 위한 주택공급제도 개선안’을 입법 예고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신규 주택이 우선 공급되도록 하고 분양권 등 소유자도 유주택자로 간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규제지역 내 전용 85㎡ 초과 물량의 50%를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 공급했으나 개선안은 추첨제 대상 주택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게 된다.

HUG 관계자는 “투기 수요를 막고 무주택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 취지에 맞춰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의 분양보증 시기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GS건설이 짓는 ‘위례포레자이’ 모델하우스 개장이 이달 19일에서 12월로 늦춰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북위례’도 이달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다음달 말이나 12월로 분양이 미뤄졌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대장지구에 공급할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와 GS건설이 재건축하는 과천주공 6단지도 분양 일정을 연말께로 늦췄다. 계룡건설이 위례신도시 A1-6블록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도 연기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계획이 정책 변화로 늦춰지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연말에도 분양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 소유자를 유주택자로 간주하는 것도 분양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아파트 분양에 당첨(분양권) 또는 조합원 입주자 지위(입주권)를 얻어 공급계약을 체결했거나 분양권·입주권을 매수해 매매 잔금을 완납하는 날(실거래신고서상)부터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할 방침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지금까지는 청약 당첨 후 입주 전 당첨된 입주권을 팔면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두 유주택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아파트 당첨 확률이 매우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소은/서기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