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년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게 핵심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상가 밀집 지역.  /한경DB
지난 20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년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게 핵심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상가 밀집 지역. /한경DB
지난 20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도록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 외에 전통시장을 권리금 보호 대상에 포함하고, 임차인과 임대인의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안도 담겼다. 하지만 이번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부담을 줄이기에는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대인들도 세액공제 혜택의 폭이 작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4~5년차 임차인은 혜택 제외

계약갱신 요구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면서 임차인은 10년간 한 곳에서 장사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보장됐다. 부동산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음식점에 들어간 설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한 투자비 회수 기간을 7년으로 보는 만큼 10년이면 감가상각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상가 임차 '10년 보장'… 임대료 급등은 없을 듯
다만 임차계약을 맺은 지 4~5년차인 임차인들은 이번 개정안을 적용받지 못해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 계약(부칙 2조)’에 한해 적용하기 때문이다. 법 시행은 내년 1월1일부터다.

갱신되는 임대차 계약은 임차인이 최초 계약일로부터 5년 이내에 한 번이라도 계약을 갱신하면 총 10년의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보통 임대차 계약을 1~2년에 한 번 갱신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3년 이내 임대차 계약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4~5년차 임대차 계약일 경우 임대인이 재계약을 하지 않은 채 임대 기간이 끝나면 개정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참여연대 상가임대차 개정 국민운동본부는 “4~5년차 임차인의 부담은 해결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법”이라고 비판했다.

◆급격한 임대료 인상 가능성은 ‘미미’

상가임대차 개정 국민운동본부는 ‘환산보증금 폐지’가 이번 개정안에 담기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건물주들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한선을 염두에 두고 임대료를 급격히 올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환산보증금은 상가나 건물을 임차할 때 임대인에게 내는 보증금과 월세를 더한 금액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이 액수를 기준으로 법 적용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현행 기준으로는 서울이 6억1000만원이지만, 주요 상권에서는 환산보증금이 이보다 높아 대부분 자영업자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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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에서는 주요 상권이 침체돼 공실 우려가 큰 만큼 지나친 임대료 상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막상 임대료를 올렸다가 임차인이 나가 공실이 되느니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박균우 두레비즈니스 대표는 “특정 상권, 특정 건물에 한해 임대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전반적인 현상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자영업자에게는 이미 지금 임대료도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건물주는 공실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 등 미흡

이번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현 상황을 실제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영업상의 노하우,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을 회수하려고 할 때, 임대인이 그 기회를 보장해줘야 하는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이 임대차 기간 종료 3개월 전에서 6개월 전으로 확대(상임법 제10조의 4 제1항)됐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당초 개정 법률안이 임대차 종료 후 2개월까지 권리금 회수 협력 의무를 인정하고 있었던 것에서 후퇴했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임차인과 장기 계약을 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는 장기 계약하는 임대인에게 소득세와 법인세를 5%씩 세액공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조세특례제한법상 임대수입 금액이 연 7500만원 이하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임대인은 임차인과 최초 계약 시 10년간 인상률을 미리 정해서 계약하는 것이 향후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