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은 당분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가을 이사 성수기 진입, 매매 수요의 전세수요 전환, 보유세 부담 전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서울 전셋값 상승 흐름 이어갈 듯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집값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달아난 데다 매매시장 규제가 잇달아 발표돼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영향으로 매매 대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바뀔 것”이라며 “입지 조건이 좋은 아파트 소유주들은 임차인에게 보유세 부담을 전가하면서 전세가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용화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서울 반포 일대 등 인기 주거지역은 그간 집값이 단기간 급등해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며 “돈이 부족한 이들이 같은 지역 전세물량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분양을 기다리는 무주택자가 전세로 눌러앉을 가능성도 커졌다. 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는 “3기 신도시 또는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선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한다”며 “입지 여건이 뛰어난 곳에서 공급될 아파트를 기다리는 사람이 늘면서 전셋값이 강세를 띨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큰 폭의 상승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올 하반기엔 서울 입주 물량이 넉넉해서다. 하반기 서울 입주량은 2만4000여 가구다. 반기별 입주 물량으로는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9월부터 연말까지 입주하는 물량은 2만2000여 가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 총량이 과거보다 많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진 않은 편”이라며 “서울 인근에 공급이 늘고 오피스텔 등 대체 주거지도 많아져 전세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변수는 재건축·재개발 이주 물량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강남권에서 1만3000여 가구가 이주에 들어간다. 서초구 반포우성, 방배13구역,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한신4지구, 송파구 미성·크로바, 진주 등이 관리처분인가 후 이주를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강남권은 연내 재건축 이주 물량이 많아 전세시장이 불안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자금대출 제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인기 주거지역에선 세입자 소득수준이 대출 규제에 별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높아 전세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가격이 서울 평균보다 낮은 곳도 대출 규제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한결/민경진/양길성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