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 잡히나 >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대책 이전보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호가가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서울 집값 잡히나 >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대책 이전보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호가가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약효를 내고 있다. 대책 발표 후 서울 강남권에서 호가를 1억~2억원 내린 급매물이 나왔다. 강북의 미아동·길음동 일대에선 사라졌던 매물이 등장했다. 오는 21일 충분한 공급 대책이 나와야 약효가 이어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강남 아파트 호가 최고 2억원 ‘뚝’

올여름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 일대 아파트의 호가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호가는 대책 발표 전 대비 2억원가량 내린 29억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평형 저층 물건의 호가는 27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지난 주말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며 “다주택자인 소유주가 급하게 물건을 내놨다”고 전했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롯데캐슬 전용 187㎡도 이번주 들어 기존 호가 대비 1억5000만원 내린 29억5000만원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지난달 중순 31억원에 내놨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자 집주인이 호가를 대폭 내렸다. 물건을 맡은 역삼동 C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매수인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직접 소유주를 설득해 가격을 내려서 다시 내놨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119㎡ 소유주도 지난 주말 호가를 기존(25억원)보다 5000만원 낮췄다. 잠실동 G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인 매도인이 이사가지 않고 전세로 2년 이상 계속 거주하는 조건으로 물건을 내놨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서는 매물 품귀 현상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개포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주 개포주공 5·6·7단지에서 전용 60㎡ 매물 3건이 나왔다. 이달 들어 소형 매물을 찾아볼 수 없었던 단지다. 호가를 내린 매물도 등장했다. 지난 주말 6단지 전용 73㎡ 소유자가 호가를 2000만원 내려 17억8000만원에 내놨다.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급하지 않은 소유주들은 18억원대 호가를 유지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강북에서는 매물 풀려

강북권에서는 갭투자 보유 매물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강북구에선 미아동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 전용 59㎡ 매물이 3~4개 나왔다. 지난주까지 품귀 현상을 빚던 주택형이다. 호가는 직전 최고가(6억3000만원) 대비 2000만~3000만원 낮아졌다. 미아동 K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 직후엔 변화가 없었지만, 주말부터 전세 낀 급매물이 서너 개씩 쌓이고 있다”며 “수천만원 낮은 가격에도 매수세는 붙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중개업소에도 전·월세를 낀 물건들이 여럿 등장했다. 3800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지만 이달 초까지 전용 59㎡ 매물이 한두 개에 그쳤던 곳이다. 단지 내 D공인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나온 날 오후 4시부터 갑자기 매물이 3~4개 나왔다”며 “인근 단지 상황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성북구에선 분양권 매물이 두 배가량 늘었다. 내년 초 입주를 앞둔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의 분양권 매물은 대책 발표 전 3건에서 발표 후 6건으로 증가했다. 호가 변동은 크지 않고 직전 거래가격(전용 84㎡ 기준 12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팀장은 “다주택자 및 1주택자는 대출이 거의 막힌 상태라 투자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며 “매도자는 호가 상승이 향후 제한적일 것이라 판단하고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과거에도 고강도 대책이 나오면 두세 달은 조용했다”며 “약효를 유지하려면 정부가 양질의 아파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양길성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