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노출한 가운데, 정부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에 택지를 확보할지 주목된다.

16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양측은 서울시내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계속 협의해 왔으나 서울시는 그린벨트 지역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는 시민의 삶의 질을 위해 필요한 제도로,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인 만큼 해제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날도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마주 앉았으나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서는 딱히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는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논한다기보다는 9·13 대책을 점검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서울에서 서초 내곡, 강남 세곡 등 개발 우선순위로 꼽히는 지역에서 택지를 조성하려면 그린벨트 해제가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시유지나 역세권 저이용지 등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통요건이나 주위 환경 등 입지가 좋지 못하고 자투리땅을 모으는 식이어서 공급 주택 수도 정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카드를 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적으로 국토부가 직접 서울시내 그린벨트를 푸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재 30만㎡ 이하의 소형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시도지사에 위임된 상태인데,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해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주택 공급 등 국가계획과 관련해 국토부 장관이 직접 입안하는 경우에는 국토부가 해제할 수 있게 하는 예외규정이 있다.

30만㎡가 넘는 그린벨트의 경우 국토부는 해제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하지 않고 직접 행사하고 있다.

앞서 지자체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공공주택 건설 등의 이유로 그린벨트를 직접 푼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지자체장과 정권의 소속 정당이 달라 정치적인 부담이 크지 않은 경우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를 상대로 정부가 그린벨트를 직권 해제하는 모양새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린벨트 직권 해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도 서울시와 신규 택지 확보와 관련해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며 "21일 택지 공급 발표 때까지 신중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3월 기준으로 서울 전체 면적의 25% 가량(149.13㎢)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구별로는 서초구 23.88㎢, 강서구 18.91㎢, 노원구 15.90㎢, 은평구 15.21㎢ 등 순이다.

서울시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택지는 서초 우면·내곡, 강남 세곡, 송파 오금동 등지가 거론된다.

그린벨트 지역을 제외한 도심 내 유휴지로는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 빗물펌프장 부지, 은평구 기자촌과 강남구 개포동 재건마을,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자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력한 신규 택지 후보지로 꼽혀온 용산과 구로 등지의 철도차량기지의 경우 주택 공급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우선 물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