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부활 신호탄… 도쿄 도심은 '오쿠숀' 붐
선진국 부동산시장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잃어버린 30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에 대한 투자가 안전하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개발도상국을 방문했을 때와 일본을 방문했을 때 확연히 다른 점을 느낀다. 후진국 부동산시장을 둘러보고 난 뒤에는 정말 투자해도 되는지, 투자금은 회수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은 벌써 몇 십 년 전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자율화됐으니 이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다. 최근 일본 경제의 부활은 이런 안정성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일본 경제가 부활하고 있다. 여기에 2020년 도쿄올림픽이라는 큰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올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외국인 방문객 수의 2배를 훌쩍 넘는다. 부동산시장 또한 경기 부활과 맞물려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상품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가 아파트일 것이다. 도쿄에서는 최근 오쿠션(오쿠+맨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분양가 1억엔(약 10억원)이 넘는 맨션을 일컫는 단어다. 2005년 일본 수도권 전체 맨션의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오쿠션 비중이 2018년 초에는 5%를 넘어섰다고 한다. 본격적인 부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일본의 대표적 부동산 싱크탱크인 일본부동산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일본 부동산시장이 다시금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여러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양적완화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기점으로 일본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지역 오피스나 상가의 자본수익률은 4%대에 그치지만 오사카와 나고야는 6%대를 넘는다. 이 또한 안정성이란 변수로 설명이 가능하다. 도쿄에 비해 여타 도시에 대한 투자는 다소 위험하다는 말이다.

일본 부동산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대출을 어떻게 일으키느냐다. 일본에서 거소일치(居所一致)가 되지 않는 개인은 대출받기가 어렵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대출이 안 된다면 일본 투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일본인의 주택론 대출 이자는 0.5~0.8%라고 한다. 이 정도 대출 이자라면 월세를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투자수익률이 10%는 훌쩍 넘는다. 거래 및 관리비용을 고려하더라도 한국보다 월등한 운영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방법이 없을까. 투자법인(SPC)을 설립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회사에 의하면 담보물건의 가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구입 가격의 30% 정도 자기자금이 준비된다면 법인 대출은 특별히 어렵지 않다고 한다. 개인 명의가 아니라 법인이 투자하므로 절세도 가능하다. 임대수익을 경비 처리할 수 있다면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

일본 부동산 투자 시에는 건물과 땅 주인이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 또한 건물과 토지가 개별적으로 등기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런 개별 등기가 오랜 역사의 산물이어서 더욱 복잡하다. 예전 법에 의해 생성된 차지권(借地權)은 기한이 없으며, 토지보다도 상대적인 가치가 높아 계약 시 유의해야 한다. 이런 위험이 없는 아파트 분양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국과 같이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 큰 일본에서는 바람직한 투자 상품이다. 일본에서는 새 주택 거래가 전체 주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분양권 거래가 전체 거래 중 30% 비중을 넘은 적이 있었을 따름이다. 도쿄 도심에서 5㎞ 정도 떨어진 아리아케라는 신도시의 20~30평대 아파트 분양가격은 5억~6억원대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7억3000만원임을 고려한다면 일본의 새 아파트 분양가는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다. 대금지급 조건은 계약금 10%, 중도금 20%, 잔금 70%다. 중도금 대출 등은 주택사업자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도다. 입주 후 담보대출로 전환하라는 말이다.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 규제가 강화돼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의 발길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투자에 대한 우리의 기대 또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일본은 부동산 투자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오는 10월25일부터 27일까지 부동산 전문가와 함께 ‘일본 부동산 투자 연수’를 진행합니다. 도쿄의 저평가된 상가와 빌딩을 살펴보고 현지 투자 노하우를 학습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경아카데미 또는 한경머니스쿨 홈페이지(moneyschool.hankyung.com)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