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중심 입지임에도 1960~1970년대 저층 노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을지로 일대.  /한경DB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중심 입지임에도 1960~1970년대 저층 노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을지로 일대. /한경DB
“서울 도심이나 준서울지역에서 아파트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입지여건이 좋은 곳에 새집을 꾸준히 공급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부동산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선 서울 도심의 재건축, 재개발, 역세권 복합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유휴 부지 개발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외곽순환도로 바깥 지역에 추가로 대규모 공급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면 일본처럼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 베드타운의 슬럼화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어서다.

◆“도심 공급 늘려야”

전문가들은 서울의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지 않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월소득 4분위(상위 40%)·5분위(상위 20%) 가구의 소득 증대와 도심 새 아파트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대출 규제 중심의 수요 억제책과 서울 외곽 지역의 공급 확대 대책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4·5분위 가구의 소득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반해 서울 주택은 급격히 노후화되고 있어 중산층 이상이 살 만한 새집이 부족하다”며 “지금처럼 재건축을 묶어두면 이미 허가를 받은 주택 공급이 끝나는 3년 뒤부터 새집 공급이 급감하면서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 집값 잡으려면… 강남 가까운 과천·성남 등에 2만가구씩 공급해야"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을 늘리는 것은 과거 방식”이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을 재개발·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주택 수요를 잡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용적률을 100% 올려주는 대신 늘어나는 물량의 절반을 임대주택 등 공공을 위해 쓰게 한다면 어떤 국민이 동의하지 않겠느냐”며 “당장의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하면 더 큰 공급부족 문제를 불러온다”고 꼬집었다.

서울 도심의 유휴부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전통적인 공급방식인 택지개발과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도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며 “10년 이상 방치된 도시계획시설 용지를 주거용으로 전환하고 도로 위 공간, 철도 주변 용지, 공공기관 청사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주거와 업무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도심 주거복합개발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모델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훼손된 그린벨트에 주택 공급”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이 ‘강남 집값’을 잡는 것인 만큼 경기도 외곽이 아니라 강남 인근 과천, 하남, 성남 등에 2만 가구씩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며 “서울외곽과 경기도 접경지역의 훼손된 그린벨트 일부는 택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공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이 왔을 때 공급을 멈추다시피 한 게 예외없이 집값 급등으로 이어져서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5000가구에 불과한데, 정부가 분양원가공개 규제까지 들고 나오면서 공급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2020~2021년 공급 부족으로 집값 불안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 교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공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론 집값이 오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심에서 20㎞를 벗어난 지역에 대규모 공급을 하는 것은 자제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현재 공급 과잉 상태인 데다 서울 수요를 분산하기는커녕 해당 지역의 집값 급락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