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수도권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일대.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수도권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일대.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서울시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도심 유휴부지 및 철도 유휴부지 등 50여 곳 개발, 신규 상업지역 주거비율 상향 조정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시내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여전히 ‘최후의 보루’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도심 유휴지 물색

서울시가 가장 역량을 둔 공급확대 방안은 유휴지 발굴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부지와 같은 개발 가능한 유휴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차량기지 이전용지와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도 주택 개발 후보군”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부지는 서울역 북부 주차장과 염천교 인근에 있는 코레일 소유 건물 부지 등 총 5만5535㎡ 규모다. 코레일이 소유한 땅으로 호텔과 오피스, 오피스텔, 컨벤션 등으로 구성된 복합개발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시내에 유휴부지가 그리 많지 않다”며 “최대한 부지를 찾고 이를 활용한 주택공급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광운대역 수서역 수색역 등에서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을 이미 진행 중이거나 추진 예정이다. 구로차량기지 등 차량기지 이전부지에 대한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인근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조용하고 신중하게 실무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상업지역으로 용도상향되는 지역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규 상업지역으로 지정되는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국토교통부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조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역세권 2030정책에 따라 역 주변에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는 경우에 한해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기존 400%에서 500%로 올려주고 있다. 국토계획법에서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400%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모든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500%로 완화하면 역세권 청년주택에 주는 인센티브 효과가 사라지는 만큼 용적률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대신 유휴지 50곳 개발
◆“그린벨트는 최후의 보루”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그린벨트는 한 번 활용하면 다시 녹지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며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다른 여러 수단이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시도해보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각종 개발계획 발표도 줄줄이 연기했거나 연기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 및 추진을 전격 보류한 데 이어 오는 13일로 예정된 민선 7기 시정운영계획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 지역거점 개발 계획 발표가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박 시장은 시정운영계획을 정부가 추석 전에 주거대책을 내놓은 뒤 발표할 예정이다. 시기는 추석 이후가 될 전망이다. 진희선 행정2부시장은 “마스터플랜과 강남북 균형개발계획, 도시재생 등을 체계적인 도시 계획이 아니라 개발 호재로 인식하는 투기세력이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며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지만 이런 우려 때문에 사업 진척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이유로 서울시의 교통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전철망 신설 계획 등에 대한 추진과 발표를 예정보다 늦출 방침이다. 빈집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거래 불법행위 단속도 이어갈 방침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