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일 동안 수십 채가 거래된 뒤 매물이 사라진 경기 군포 산본신도시 주공아파트. /한경DB
최근 1주일 동안 수십 채가 거래된 뒤 매물이 사라진 경기 군포 산본신도시 주공아파트. /한경DB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내놓아서 그런지 보름이 다 되도록 연락 한 통 없었는데, 갑자기 지난 28일부터 여러 곳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매수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알아봤더니 옆동네 광명을 매입하기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넘어왔다고 합니다.”

경기 시흥시에 거주하는 A씨(44)는 은계지구 분양권을 팔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매수 희망자들의 연락이 줄을 이어서다. 자칫 팔았다가 가격이 올라 버리면 낭패란 생각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8·27 부동산대책’의 풍선효과가 수도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 광명, 안양 동안구 등이 규제지역으로 새로 지정되자 투자자들이 차선책으로 인근 지역을 노리고 있다.

◆시흥·산본으로 투자자 유입

지난 27일 광명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부동산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강화(LTV·DTI 40% 적용)됐다. 또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고, 분양권 전매조건도 강화됐다.

신규 투자의 문턱이 높아지자 광명에 관심이 있던 투자자들은 인근 시흥과 부천으로 눈을 돌렸다. 시흥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27일 이후 시흥 은계지구·장현지구·목감지구 분양권에 대한 매수 문의가 급증했다. 분양권 웃돈(프리미엄)도 8월 중순과 비교해 1000만~2000만원가량 뛰었다. 은계지구 센트럴푸르지오는 프리미엄이 4500만원까지 붙었다. 목감지구 퍼스트리움 전용면적 59㎡는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6월까지 3억2000만원에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대야동 P공인 관계자는 “8월 초까지 거래나 매수 문의가 드물었지만 정부 부동산대책 얘기가 나오면서 조금씩 문의가 늘었다”며 “27일 이후부터는 광명 대신 시흥에 투자하겠다는 연락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군포 산본신도시엔 8월 중순부터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하철 4호선 산본역이 바로 앞인 초역세권 세종6단지는 90여 개에 달하던 매물이 8월 중순 이후 모두 거래됐다.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전용 58㎡는 8월 한 달간 25건 실거래 신고됐다. 최근 4억3500만원에 거래된 세종6단지 전용 84㎡의 호가는 4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산본동 K공인 관계자는 “지방 투자자 모임에서 단체로 와서 매물을 싹쓸이해 갔다”며 “5000만원가량으로 갭 투자가 가능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오름세가 크지 않아 향후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명 등 규제 묶이자… 시흥·산본에 '풍선 효과'
인근 단지들 매매가격도 2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지난 25일 1억7000만원에 거래된 퇴계주공3단지1차 전용 42㎡ 호가는 2억1000만원으로 뛰었다. 2010년 입주한 초대형 단지인 래미안하이어스 호가는 1주일에 1000만~2000만원씩 오르고 있다. 전용 84㎡는 7억5000만~8억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8월 초까지 6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넘치는 유동성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기대감과 넘치는 유동성으로 ‘8·27 부동산대책’의 풍선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갭 투자자들도 있지만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저렴하고 금융규제가 없는 지역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 오른 지역들이 ‘가격 갭 메우기’를 할 것이란 기대도 매수세가 몰리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작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1년간 광명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3.45%에 달했지만, 시흥 상승률은 0.5%에 불과했다. 산본이 있는 군포시는 지난 1년간 아파트값이 0.51% 상승했다. 안양시 동안구가 같은 기간 5.01% 오른 것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한 광명에서 이주가 시작되면 시흥 아파트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오는 10월 기본계획이 확정고시되는 ‘월곶~판교선’도 시흥과 산본 부동산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규제지역 인근의 상승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다른 지역이 다 오를 때 못 오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풍선효과 분위기에 편승해서 입지와 수급여건 등을 따지지 않고 매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