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잘 나가던 세종시, 8개월 만에 집값 하락한 이유
아파트가격 4주 연속 하락…8개월 만에 하락 반전
중개업소 한숨 "자족기능 부족한데 규제·공급부담까지…"
중개업소 한숨 "자족기능 부족한데 규제·공급부담까지…"

1일 세종시 어진동 H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거래가 뚝 끊긴 지 오래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봄께부터 잦아들던 매수세가 이제는 아예 사라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급매 가격으로도 거래를 성사시키기 힘들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아파트 매매가, 8월 한달 내내 하락세
콧대 높던 세종시 집값이 꺾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주 -0.06%를 기록해 4주 연속 하락했다. 8월 누계로는 -0.21%를 나타내 8개월 만에 하락반전했다.
함께 투기지역으로 묶인 15곳과 비교하면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불황 수준이다. 다른 지역들은 투기지역 지정 이후 오히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반면 세종시는 바닥을 기었다. 올해 들어선 1~8월 0.9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2.09%) 한 달 상승률의 절반 수준이다. 투기지역 가운데선 같은 기간 동안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꼴지에서 두 번째인 서울 노원구도 1.76% 올랐다.
![[집코노미] 잘 나가던 세종시, 8개월 만에 집값 하락한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1808/01.17643611.1.jpg)
도담동 도램마을 일대 매매가는 지난해 이맘때 수준으로 내려왔다. ‘도램마을17단지 모아미래도’ 전용 84㎡는 연중 최고 4억원 선에 근접했지만 최근 3억5500만원까지 떨어졌다. 현지 S공인 관계자는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며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낮게 내놓은 매물들만 간헐적으로 거래된다”고 전했다.
◆거래도 반토막…고·아·종(고운·아름·종촌동) 침체 심해
거래는 끊긴 지 오래다. 세종시 아파트 매매거래는 점점 감소하다 7월 253건이 이뤄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직전인 3월(542건)과 비교하면 줄곧 절반 수준에서 맴돈다. D공인 관계자는 “매매 거래를 한 달에 한 건 하기도 힘들다. 비수기라 전·월세 거래도 적은 편이지만 그거라도 몇 개씩 하면서 근근이 먹고 산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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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동 A공인 관계자는 “서울에서 외곽 지역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묶어 부르는 것처럼 세종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세 곳을 고·아·종(고운·아름·종촌동)으로 줄여 부른다”면서 “요즘엔 BRT라인과 고·아·종 집값이 최고 2억5000만원까지 벌어졌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고운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 워낙 부진하다 보니 급매가격이 자꾸만 낮아져 작년 봄보다 더 싼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 것만 한두 개씩 거래돼 하락세가 완연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코노미] 잘 나가던 세종시, 8개월 만에 집값 하락한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1808/01.17643217.1.jpg)
일선 중개업소들은 대규모 입주와 자족기능 부족, 불편한 교통망, 생활편의시설 부족, 정부 규제, 비수기 등이 겹쳐 집값 하락세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도담동 J공인 관계자는 “세종시는 정부청사와 공공기관, 중개업소를 제외하면 일자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공급이 많아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30~40% 수준으로 저렴하다 보니 대전이나 청주, 공주에서 싼 전셋집을 찾아 세종까지 흘러들어온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인근인 어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바라는 집값 안정은 투기지역 가운데 세종시만 유일하게 이뤄졌으니 이젠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코노미] 잘 나가던 세종시, 8개월 만에 집값 하락한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1808/01.17643219.1.jpg)
개발 2단계에 들어서 아직 남은 청사진이 많지만 당장 감수해야 할 불편도 적지 않은 게 세종시의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교통망 확충 부재에 대한 원성이 높다. 지하철 역할을 하는 BRT가 있지만 촘촘하지 않은 데다 택시도 적은 편이어서 너도나도 차를 갖고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거주민의 이야기다. 도담동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보행 중심 도시로 설계돼 걸어다닐 땐 쾌적하지만 도로가 왕복 4차선으로 좁다”면서 “외지인들이 출퇴근하는 시간엔 지금도 도로가 꽉꽉 막히는데 10년 뒤엔 어떨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등 지역 거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대형 편의시설도 부족한 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은 도시 활력이 떨어지다 보니 상가 공실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면서 “그나마 있는 상권이란 것도 학원과 동네 음식점 같은 스머프 동산 수준”이라고 말했다.
![[집코노미] 잘 나가던 세종시, 8개월 만에 집값 하락한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1808/01.17643220.1.jpg)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엔 올해 말까지 총 1만4000여 가구가 입주한다. 내년에도 1만14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2011년 4분기 2242가구가 첫 입주를 한 이래 현재까지 총 8만여 가구가 집들이를 마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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