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다시 뛰지만… 묻지마 투자 경계해야"
최근 서울 지역 부동산시장의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의 강한 규제대책이 나올 때마다 안정되는 듯하던 시장이 7월을 기점으로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전형적인 비수기인 8월에는 오히려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몰려들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매도를 보류해 매물이 사라지는 이상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됐을까.

각종 규제로 인해 몸을 사리던 시장에 마지막 카드로 발표된 게 보유세 인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외로 강도가 세지 않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또한 ‘나올 만한 대책은 다 나왔다’는 인식도 강하게 퍼졌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은 정부의 바람대로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가격이 더 상승했다. 정부는 의지와 달리 부동산시장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지역적인 양극화만 더 키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에서 강하게 다주택자를 규제하다 보니 수요가 적은 지방시장은 먼저 처분하고 수요가 많은 서울 등지는 끝까지 보유하자는 쏠림현상이 커졌다. 게다가 재건축 아파트 등을 규제하면서 도심의 신규 주택 공급이 차단됐다. 당장 눈앞의 불은 끌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한다. 집값을 오히려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임대사업자등록을 유도한 탓에 앞으로 의무 보유기간인 4·8년 동안은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공급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울 부동산시장이 비수기인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활황을 보이는 건 이처럼 공급 부족으로 인한 매물 품귀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추세가 꺾이지 않은 점이다. 세계 경제는 함께 굴러간다. 세계 경제가 안 좋은데 한국만 좋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모든 나라의 부동산시장이 하락하는데 한국만 오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반대로 세계 경제가 호황이고 부동산시장도 좋은데 한국만 안 좋을 수도 없을 것이다.

세계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탈출해 상승 중이다. 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정책으로 미국이 푼 돈은 3조2000억달러다. 주요 7개국까지 합치면 약 10조달러가 세계로 돌아다니고 있다. 돈이 많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생겨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부동산과 금 등의 실물자산으로 바꾸는 이들이 늘기 마련이다. 세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건 이 같은 이유다.

세계경제의 커다란 흐름은 인플레이션으로 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강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짧은 시간에 부동산이 급격히 올랐다고 느끼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확인해보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덜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기 유동자금이 무려 10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갈 곳 없는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유동성이 넘쳐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규제의 연속이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아니라 공급 측면도 생각하는 유연성 있는 사고가 필요한 시기다. 공급이 필요한 지역은 공급을 충분히 해주고 공급이 많은 지역은 과감히 공급을 줄이는 정책 말이다.

서울 대부분 지역에선 매물이 마르고 있다. 투자 가치를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투자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꼭 알아두자. 시장은 추세가 살아있기 때문에 상승을 유지하겠지만 모든 지역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규제시장에서는 지역적인 차별화가 더 커진다. 미래 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투자 방향을 잡아야 한다. 금액이 저렴하다고 투자하는 묻지마식 투자는 언젠가 꺼질 거품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